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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세사기 피해자, 1만5천명이 전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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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피해자 인정은 전세보증사고 약 2만6천보다 1만건 적어

전세 사기 피해자 다양한 현실여건 처해…"여전히 사각지대 존재"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현재 집계된 전세 사기 피해 현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상 조건에 부합하기 힘들다 보니 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의도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집주인과 그렇지 않은 사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피해자 등으로 인정한 사례는 누적 1만5433건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라고 정부의 인증을 받았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 보증 사고 건수는 2만5943건이다. 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보험의 보증 사고 건수를 고려하면 더 늘어난다.

국토부의 전세 사기 인정 사례와 HUG의 보증 사고 건수를 단순 합산하면 총 4만1376건에 달한다. HUG의 보증사고 숫자와 국토부의 사기 인정 수치간 간극이 1만건을 넘어서다 보니 일시적 보증금 반환 불능에 빠진 집주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전세 사기 인정을 받기까지 난관이 큰 것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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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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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 등이 모인 시민단체 등은 두 숫자를 합치더라도 피해 규모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신탁 사기, 무권 계약 피해자 등은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안상미 전세사기 전국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현재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신청을 안 한 세입자들도 많다"며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경매에 넘어가 안 하는 경우, 피해자 요건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 정부에서 인정한 1만5000여명만이 전세 사기 피해자 전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다주택자 임대인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빌라 등 '깡통 주택'(합산 보증금보다 해당 주택 가치가 낮은 경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전세 사기 피해를 신청한 사람만 조사하기 보단 전수 조사(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국은 현재 전세 사기 피해 사례가 충분히 축적돼 있기에 전수 조사까지 나서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전세사기위원회에 인정 신청을 하고 있으며 정책 안내를 통해 적극 참여를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며 "피해자 규모를 전수 조사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산발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전수 조사'라고 명명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지난해 12월 서울시 강서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489명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61명 등 총 5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우선 매수권 등을 행사해 피해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낙찰 후 전세대출 상환 부담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보증금 회수를 위한 소송비용이 부담스럽다는 피해자도 많았다. 이후 강서구는 피해자들을 위한 소송 경비를 가구당 1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당국과 야당 및 세입자 간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에 대한 시각 차이가 큰 만큼 정확한 조사를 해야 예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여러 유형의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실태 조사는 정부가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실태 조사는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피해자 구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경우와 의도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사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의 기망으로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전세 사기와 보증금을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못 돌려주는 전세 피해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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