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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유모차·피규어 직구까지 막다니…” 젊은층 들끓자 ‘백기’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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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규제 뒤집은 정부 왜?

“해외기업 KC인증 실효성 떨어져

사실상 직구 금지” 소비자 ‘부글’

골프채·향수 등 사치품은 ‘제외’

전자제품·취미용품은 규제 받아

“젊은층 타깃… 소비 선택권 뺏어”

정부가 사흘 만에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품목 해외 직구 금지를 사실상 철회한 데에는 현실을 외면한 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과 이런 심상찮은 여론을 반영한 정치권의 거센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무조정실은 19일 ‘해외 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통해 “(직구 전면 금지는)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정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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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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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책은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처음 제시됐다.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자 국무총리실은 이틀이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관세청과 공동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품목 소관 부처가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위해성 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 뒤 6월 중 실제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반입을 차단할 계획”이라며 “반입 차단 시행 과정에서도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물품을 매입할 때 관·부가세는 물론 KC 인증 취득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해외 쇼핑 플랫폼 기업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국무조정실도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해외 직구 물품은 관·부가세 면제로 국내 일반 제조·수입업체 물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선점해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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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구독자 250만명을 보유한 유명 IT 유튜버 ‘잇섭’은 “달리 말하면 국내 업체가 (같은 물건을) 비싸게 팔았다는 말 아니냐”며 “직구와 한국 정식 발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은 정식 발매품을 구매한다. 직구를 하는 경우는 가격 차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많이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C 인증은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여러 분야를 단일화한 국가인증통합마크로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 부여된다. 취득을 위한 비용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높은 데다 정기적으로 갱신해야 해 해외 기업이 KC 인증을 취득하고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로 인해 KC 인증 의무화 조치가 사실상의 직구 금지 조치로 여겨지는 것이다.

시민들은 규제 대상이 불명확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시행 계획을 발표하며 어린이 안전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각종 전자제품과 취미 용품 등도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소비자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골프채·향수 등 상대적으로 기성 세대가 애용하는 사치재로 여겨지는 품목은 예외로 분류되며 비판이 거세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번 해외 직구 금지 조치가 저렴한 물건을 찾아 직구를 애용하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17∼18일 서울 광화문과 용산 등에서 직구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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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화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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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 규제 관련 발표 이후 피규어·인형·프라모델 수집 등 ‘키덜트(Kidult·어린이의 감성을 즐기는 어른)’ 취미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자칫 수입하려는 물건이 아동용 물건으로 분류돼 국내에서 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 공장에 인형 300여개를 주문제작한 대학생 김모(23)씨는 “아이돌 팬들이 공동 구매하는 물품이라 실구매자 대부분은 20대”라며 “구매처에서 ‘성인용’이라고 제품명에 적어 주겠다고 했지만, 인형이기 때문에 아동용 물품으로 분류돼 통관이 제한될까 봐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피규어 커뮤니티에서는 “피규어는 국내 시장이 작아 공식 수입되지 않는 제품이 많은데 앞으로는 더 물건을 구하기 어렵게 되고 값도 오를 것 같다”며 “키덜트 같은 팬덤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컴퓨터 하드웨어 커뮤니티 ‘퀘이사존’에는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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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이정원 국무2차장이 1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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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아용품을 해외 직구했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도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맘카페에서 “유럽산 유모차나 카시트를 한국에서 구하려면 가격이 비싸 직구로 30% 정도는 저렴하게 구매했었다. 중국산 저가 상품 막겠다고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은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왜 직구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 없이 쉽게 내놓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여당 내에서조차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 해외 직구 때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고,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자도 SNS에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박지원·윤솔·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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