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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법으로 전 국민 25만원” 마치 정권 잡은 듯한 巨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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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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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가 22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인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25만원 지원을 위한 1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부하자 입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처분적 법률’ 방식이다.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통하지 않고 국회가 곧바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는 법률을 말한다.

이는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 54조에 따라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부여돼 있고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게 돼 있다. 또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항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그간 처분적 법률이 적용된 사례는 전두환 은닉 재산 추징법, 최순실 부정 재산 환수법 등 특수한 목적과 대상을 전제로 한 것뿐이다. 전 국민에게 영향 미치는 재정 지출을 법률로 한 경우는 없다. 있을 수도 없다. 정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전 국민 지원금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헌법도 무시한 채 민주당이 정부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25만원 지급’이 “골목 상권을 살리고 민생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풀린 돈 때문에 고물가가 경제와 서민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고(高)금리로 자영업자나 다중 채무자가 고통받고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돈 뿌리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억지에 가깝다. 불난 데 기름 끼얹는 것과 같다. 부자나 중상류층은 정부가 돈을 준다고 더 소비하지도 않는다. 현금을 뿌린다면 서민,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취약 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것이 옳다.

나랏빚이 1100조원이 넘고 작년 1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7조원에 이른다. 민주당 집권 시절의 방만한 씀씀이가 낳은 결과다. 그렇게 국가 재정을 부실화시켜 놓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번번이 뭉개더니 이제 또 전 국민 돈 뿌리기를 법제화하겠다고 한다. 무책임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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