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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하마스 휴전 수락에도 이스라엘 끝내 "라파 검문소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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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피난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피령 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제안 수락 의사를 밝혔지만 이스라엘 쪽은 라파 국경 검문소의 가자지구 쪽 구역을 점령하며 국제사회가 반대해 온 라파 지상 침공 돌입 수순에 들어갔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는 주요 인도주의 물품 지원로인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쪽 부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의 라파 검문소가 테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가자지구 쪽 검문소의 작전 통제권을 확보했다"며 해당 지역에 진입한 이스라엘 전차(탱크)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5일 "라파 검문소 지역에서 케렘 살롬 검문소 지역으로 박격포가 발사돼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당한 것을 이번 점령의 배경으로 들었다.

7일 <로이터> 통신은 이에 더해 밤새 이스라엘 전차와 비행기가 라파 여러 지역을 공격해 팔레스타인인 20명이 죽고 최소 4채의 주택이 파손됐다고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검문소를 점령한 작전의 일환으로 지상군과 전투기가 "라파 지역을 공격해 하마스가 라파 지역에서 운영했던 군사 기반시설, 지하 시설, 추가 테러 시설를 포함해 하마스 테러 목표물을 타격하고 제거"했고 이 과정에서 "약 20명의 테러리스트가 제거됐고 3개의 작전용 땅굴 통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날 라파 검문소 점령은 전날 하마스가 휴전 협상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뤄진 것이다. <AP> 통신을 보면 6일 하마스는 성명을 내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카타르 총리와 이집트 정보 장관과의 통화해 양국이 중재한 가자지구 전쟁 휴전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이스라엘이 라파 민간인에 대피령을 내려 라파 전면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뒤 불과 수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통신은 하마스의 휴전 수락 소식이 알려지자 가자지구 주민들이 중부 데이르알발라 알아크사 병원 앞에 모여 환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 "하마스의 제안은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 사항 충족과 거리가 멀다"며 "전시내각은 오늘 저녁 만장일치로 라파에서 작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집트에 대표단을 파견해 휴전 협상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마스가 수락한 제안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정안에 정통한 두 당국자가 하마스가 수용하겠다고 밝힌 수정안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제시한 안에서 사소한 문구 변경이 이뤄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수정안에 당초 하마스가 요구하고 이스라엘이 반대해 온 "영구 휴전(permanent ceasefire)" 대신 "지속가능한 평온(sustainable calm)"이라는 문구가 포함됐으며 이 문구는 이전에 모든 당사자들이 수용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전쟁 당사자들이 "지속가능한 평온"이라는 문구의 의미를 두고는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논의 중인 휴전안의 틀은 첫 번째 단계에서 42일간 휴전 및 이스라엘 인질 33명 석방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교환, 두 번째 단계에서 또 다른 42일 휴전 및 "지속가능한 평온"을 위한 합의 및 이스라엘 군인 인질 등 석방, 세 번째 단계에서 가자지구 재건 시작 등의 내용이다.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는 라파 전면 침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6일 통화해 라파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해 왔다.

6일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전면적인 군사 작전을 시작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라파 공격 때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인도주의적 계획을 보지 못했다"며 인도적 지원 대부분이 라파 지역에서 배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민간인 생명 손실 증가가 초래될 것이며 인도적 지원 전달이 크게 방해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6일 성명에서 "민간인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하며 "130만 명 이상이 큰 고통 속에서 난민 생활 중인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성명에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민간인 대피 명령은 더 많은 전쟁과 기아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고한다. 이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지상 공세를 포기하고 (즉각적 휴전 및 민간인 보호를 촉구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728호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6일 라파 지상 침공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지도부 모두 "합의 실현에 도달하고 현재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7일 라파 검문소 점령을 알리며 "라파 동부 특정 지역"에서 "정밀한 대테러 작전"을 벌였다고 강조해 현재 진행 중인 지상 공격이 이스라엘이 예고해 왔고 국제사회가 반대한 라파에 대한 대규모 전면 지상 침공과는 다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6일에도 라파 동부에 대한 대피령이 "일시적"이며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6일 밀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에 라파에 남아 있는 하마스 대대를 상대하는 데 있어 "훨씬 더 제한적이고 더 표적화되고 더 효과적인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를 침공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이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극우를 달래기 위해 라파에 진격했다고 봤다. 그러나 동시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하는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있고 국내에서도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직면해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안을 수락하겠다고 밝힌 6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인질 가족들과 반정부 활동가들이 정부에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 국제 편집자 제레미 보웬은 네타냐후 총리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며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그(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수락하라고 강요한다면 그는 정권 생존과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공격 이후 미국 대통령이 제공하고 있는 필수적 지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프레시안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7일(현지시간) 라파 국경검문소의 가자지구 쪽 구역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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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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