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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뼈 드러날수록 기뻐”… 日 10대 체중 26㎏ 만든 이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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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초등학교 6학년 때 거식증에 걸려 한때 몸무게 26kg에 불과했던 와타나베 유안양. /CBC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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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식사를 제한하는 방식의 섭식 장애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섭식 장애는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전문가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또래와 소통하기 어려워진 스트레스 등 때문에 섭식 장애가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CBC테레비에 지난 6일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일본 아이치현에 거주하는 와타나베 유안(18)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섭식 장애를 앓았다. 당시 와타나베양의 키와 체중은 각각 155㎝, 26㎏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155㎝ 기준 여자 정상체중이 일반적으로 46~55㎏이라고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저체중인 셈이다. 와타나베양은 “마른 사람 사진을 보면 ‘이러면 안 되겠다’ 이런 느낌으로 얼마나 숫자를 줄일지, 게임처럼 (생각했다)”며 “(체중이) 줄어들었을 때의 쾌감에 점점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마른 체형을 갖기 위해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탓에 건강상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중학생 때까지 거식증으로 인한 입·퇴원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감정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와타나베양 어머니는 “초등학생 아이가 (거식증에) 걸리다니 목숨이 위태로운 건 아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와타나베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비건식’을 시작하면서 거식증을 극복해 갔고, 현재는 거의 치료된 상태다.

15년째 섭식 장애로 고통받는 30대 여성 사례도 있었다. 아이치현에 사는 A(33)씨는 10대 때부터 마른 체형에 강박을 갖고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했다. A씨는 현재 키 158㎝에 몸무게는 38㎏로, 과거에 비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상체중에 한참 모자란다. A씨는 “예전에는 30㎏일 때도 아직 살을 더 빼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며 “뼈가 보이는 정도가 이상적이고. 내 뼈가 보이면 보일수록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열량이 두려웠기 때문에 된장국은 건더기가 작은 무나 미역만, 맛밥도 건더기 당근, 곤약만 집어먹었다. (하루) 30㎉ 이내로 먹었다”고 했다.

이 같은 생활이 이어지자, 몸에 하나둘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27세 때 체중이 27㎏까지 떨어졌을 땐 입원까지 해야 했다. 걸을 수 없어 화장실도 갈 수 없었고, 옷을 벗거나 입을 수도 없었다. 맥박이 적어지고, 체온이 34도까지 내려가 생명에 위협이 된 적도 있었다고 A씨는 털어놨다.

현재는 그나마 고기와 생선 등 단백질을 조금씩 챙겨 먹어 나아졌지만, 이번엔 다른 부작용이 생겼다. 섭식 장애 유형 중 하나인 거식증이 생긴 것이다. A씨는 “먹으면 멈출 수 없다.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힘들지만 울면서 토하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한다. 전문 병원도 적고 약도 없어 치유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식증으로 친구들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일상생활이 전부 망가져 간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밥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일본 섭식장애학회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 2019~2020년 10대 섭식 장애 환자는 1.5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10대들이 또래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됐던 점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CBC테레비는 “현재 국가 조사에 따르면 마음의 병인 섭식 장애 환자는 약 24만명”이라며 “섭식장애 사망률은 약 5%에 달해 마음의 병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는 가정이나 교육 현장 등에서 아이들의 체중 변화에 신경 써 섭식 장애를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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