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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하늘에서 뿌리는 구름 씨…인공강우 기상항공기 타보니[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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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단 한 대 뿐인 기상항공기 '나라호'

2017년 도입돼 기상관측·인공강우 실험에 활용

내부는 성인 한 명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지만

26종 장비 탑재하고 1년 중 100일가량 운행

항공기 뿐 아니라 드론 이용한 구름 씨 살포도

뉴시스

[서울=뉴시스] 국내에 단 한 대 뿐인 기상항공기 나라호. (사진=기상청 제공) 2024.05.05.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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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나라호가 생각보다 작아서 놀라셨죠? 소형 항공기다 보니 조종사 2명과 연구자 1명, 장비 운영자 2명 등 총 5명만 탑승합니다. 그렇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국내에 단 한 대뿐인 기상항공기로, 1년에 100일가량 운행해 국가기관이 보유한 항공기 중 가장 많이 운행하고 있고, 구름 씨 살포 장치와 26종의 관측 장비가 탑재돼 있습니다. 본래는 국가 기상항공기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의 앞글자(Korea Atmospheric Research Aircraft)를 따 '카라호'란 이름을 붙이려 했는데, 걸그룹 카라의 인기가 워낙 뜨거워 '나라호'로 바꿨습니다. '날아오르다'와 발음이 비슷한 만큼, 우리 기상항공기가 하늘 높이 비상하란 염원을 담았죠."

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공항에서 만난 국립기상과학원 관측연구부 이철규 부장은 이같이 설명했다. 기상청은 현재 목적별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공강우 기술 개발을 위해 기상항공기 등을 활용해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강우 실험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미세먼지 문제 해결 방안으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인공강우는 높은 고도에서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슘 등 수분을 끌어당기는 화학 물질을 뿌리는 기술인데, 대기에 뿌려진 구름 씨앗이 수분을 끌어당겨 얼음 알갱이를 만든다.

눈송이가 충분히 커져 무거워지면 지표면으로 하강하게 되고, 이때 지표면의 기온이 높으면 비가 내리는 것이다.

인공강우 기술은 가뭄 저감, 산불 예방뿐 아니라 미세먼지 감소, 산호초 보호와 우박 억제, 식수 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3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20년 7월 인공강우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대열에 동참했다.

이후 지난 2022년 8월 인공강우 실험용 구름물리실험챔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같은 해 9월과 10월엔 국내 최초로 공군기와 기상항공기가 합동으로 신물질을 이용한 연속 실험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여러 대의 항공기를 이용한 인공강우 기초 실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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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내 기상항공기 나라호의 내부. (사진=기상청 제공) 2024.05.05.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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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공항에서 마주한 나라호는 지난 2017년 11월 국내에 도입됐다.

나라호는 위험 기상 선행 관측, 환경 기상 및 온실가스 감시, 구름 물리 관측 및 기상 조절 실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구름 씨 살포도 주요 임무 중 하나다. 나라호의 양 날개엔 인공강우 실험에 사용되는 구름 씨 살포 장치가 달려있다.

나라호 내부는 성인 한 명이 겨우 걸어 다닐 정도로 비좁은데, 구름응결핵계수기와 기압, 온도, 습도, 풍향, 풍송을 관측하기 위해 낙하산을 달아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드롭존데'(dropsonde)를 포함한 26종의 장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 항공기지만 나라호는 도입된 후 인공강우 실험 효과 확인율을 도입 전 40%에서 도입 후 77%로 높였으며, 최대 증우량도 2.0㎜에서 4.5㎜로 늘리는 등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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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름 씨를 살포 중인 드론. (사진=기상청 제공) 2024.05.05.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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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호를 제외하고도 인공강우를 위한 구름 씨 뿌리기 방법은 다원화되고 있다. 지난 2일 방문한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선 드론을 이용해 구름 씨 뿌리는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지상에서 띄워 보내는 드론은 연소에 약 4분이 소요되며, 이·착륙엔 총 10분 정도가 걸린다. 리모컨 조종으로 드론을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면 드론이 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씨를 살포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상청은 총 103억원을 들여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구름물리실험챔버를 이용해 새로운 구름 씨 물질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중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태국 등과 협업해 다양한 나라의 구름 씨 수집에도 나섰다.

기상청은 안전하고 효과성 높은 인공강우 기술 축적 및 표준화와 목표 시간, 목표 지역에 구름 씨를 뿌리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인공강우가 성공하기 위해선 하늘에 수분이 충분한 구름이 떠 있는 날씨여야 하고,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양의 비를 내리기 위해선 바람이 강하지 않고 기온도 너무 낮지 않아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해 쉽지만은 않다.

아울러 인공강우의 주요 활용 방안 중 하나로 대두됐던 미세먼지 감소에 효과가 있는지를 두곤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실제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대기 중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시간당 10㎜ 가까운 강수가 필요하단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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