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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부모님 외식 아이들 치킨, 월급 그대로인데”…‘5월’이 괴로운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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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전방위적 상승세
5월 가정의달에 소비자들 ‘울상’
정부 ‘민생물가TF’ 꾸려 물가잡기 나서
“3高 흐름에 당분간 고물가 유지될 듯”


매일경제

김밥과 치킨, 피자 등 외식 품목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 음식점에 음식 메뉴 사진 안내판이 붙어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7% 올랐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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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차 30대 주부 A씨는 ‘가정의 달’ 5월이 부담스럽다. 각종 기념일이 겹치면서 현재 예정된 외식 약속만 해도 벌써 10개가 넘는다. 4인 가족이 한 번 외식하면 10만원은 우스운 수준인데, 양가 부모님까지 대동하면 부담은 훨씬 커진다. 자녀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치킨 등 패스트푸드 물가도 줄줄이 오르면서 한번 시킬 때마다 몇번씩 고민하게 된다.

#.20대 직장인 B씨 역시 5월이 즐겁지만은 않다. 아직 미혼이지만 부모님 생신·결혼기념일,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한 번에 몰리면서 평소 씀씀이의 두 배 넘는 지출이 예상된다. 자취생인 그는 배달 음식도 종종 시켜 먹는데, 당분간은 집밥을 해 먹으면서 ‘긴축 재정 모드’로 허리띠를 졸라맬 예정이다.

웃음꽃 가득해야 할 가정의 달이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외식물가에 소비자들은 울상이다. 햄버거, 치킨, 피자 등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 뿐만 아니라 김밥, 냉면, 떡볶이 등 대표 외식 품목 가격도 급격히 뛰면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물가 잡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고환율·고유가 등 악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외식 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는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메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공교롭게도 외식이 잦은 가정의 달에 들어서면서 이들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도 동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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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일부 메뉴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서울 시내의 한 맥도날드 모습. 맥도날드는 2일부터 전체의 22%에 해당하는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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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경우 자사 판매 메뉴 중 1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격을 또 올린 것이다.

먼저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 치즈버거, 트리플 치즈버거는 100원씩 올렸다. 불고기 버거는 300원,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 인상됐다.

맥도날드 대표메뉴인 빅맥과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세트는 기존 6900원에서 7200원으로 300원 올랐다. 다만, 두 버거의 단품 가격은 동결됐다.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헛 역시 2일부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피자헛은 ‘갈릭버터쉬림프’와 ‘치즈킹’ 가격을 기존 2만9900원에서 3만9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대표적 외식 메뉴인 치킨 역시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 15일 9개 메뉴 가격을 각 19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굽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의 경우 1만9900원으로 2만원대에 가까워졌고,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올랐다.

파파이스도 같은 날 치킨, 샌드위치, 사이드 메뉴,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배달 메뉴의 경우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약 5% 가격이 높다.

김밥, 냉면, 짜장면 등 서민 음식으로 대표되는 외식 메뉴도 예외는 없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기준 김밥 한 줄 가격은 3323원으로 1년 전보다 6.4% 올랐다. 삼겹살은 1인분(200g)에 1만9514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졌다.

특히 면 요리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를 두고 ‘누들 플레이션’ 혹은 ‘면 플레이션’이라고 일컬을 정도다. 짜장면은 3.9% 오른 7609원, 냉면은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462원을 기록했다.

심심한 맛이 일품인 평양냉면의 경우 가격 인상 폭이 더 크다. 지난 4월 22일 영업을 재개한 서울 종로구 유명 맛집 ‘을지면옥’은 평양냉면 가격을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정인면옥’ 역시 올해 초 냉면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인상했고, 마포구 ‘을밀대’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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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식품 비상수급안정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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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줄 모르는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가 직접 두 팔을 걷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훈 차관 주재로 ‘농식품 비상수급안정 대책회의’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국민의 먹거리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며 “5월에도 소비자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긴급 가격안정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민생물가 TF를 출범해 국제유가 변동성,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2%대 물가상승률이 안착할 때까지 품목별 가격과 수급 관리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 섬유류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유류세와 원자재 할당관세 인하 조치를 이어가는 만큼 해당 업계에서도 국민 부담 완화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다만, 고유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외식 물가 역시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달 소비자물가 지수가 2%대로 내려앉았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건 먹거리 물가를 잡는 것”이라며 “고유가,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먹거리 물가도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먹거리 물가, 특히 외식 물가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업계에 요청하기도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외식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계에서도 정부에 협조해 가격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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