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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곧 라파 지상전”… 하마스는 인질 영상 공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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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정치 명운 건 일전 준비

2개 여단 가자지구서 작전 태세

하마스, ‘인질 안전’ 꺼내며 심리전

“독립국 인정하면 무장 해제” 언급

동아일보

왼손 절단된 인질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억류된 미국계 이스라엘인 허시 골드버그폴린이 24일 공개된 영상에서 왼손이 절단된 채 “집에 보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마스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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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지상전은 ‘이제 곧(very soon)’ 시작된다.”(이스라엘 일간지 이스라엘하욤)

이란과 본토 공격을 한 차례 주고받은 뒤 미국의 만류에 확전보다 ‘하마스 소탕’으로 다시 눈을 돌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지상전에 대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팎의 거센 반전(反戰) 여론에도 라파 진격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거는 모양새다. 반면 전면전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 영상을 갑작스레 공개하는 등 이스라엘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있다.

● 지상전 돌입 태세 vs 인질 영상 공개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4일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이스라엘군 2개 여단이 가자지구에서 새 군사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피란민 약 150만 명이 모여 있는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현재 라파 공격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정부 승인만 받으면 곧장 작전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AP통신이 민간 위성업체에서 입수한 위성사진도 지상전 준비 정황을 보여준다. 사진에서 이스라엘은 라파 인근인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 대규모 텐트촌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민간인 대피 계획 없는 지상전 반대’ 입장을 견지하자 집단 피란처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공격 전 민간인을 대피시킬 준비가 됐다”며 “각각 10∼12명을 수용할 텐트 4만 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줄기차게 라파 지상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마스 지도부 다수는 물론이고 하마스의 핵심 4개 여단이 이곳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은 이스라엘 인질들도 라파에 억류돼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하마스는 이날 자신들이 억류한 인질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전을 폈다.

지난해 10월 7일 노바 음악축제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계 이스라엘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은 3분 분량의 영상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서 주길 호소했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가족과 식사하며 유월절(유대인 명절)을 즐길 때 인질들은 지옥에 빠져 있었다”며 “200일 동안 인질을 구출하지 못한 네타냐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이 시점에 해당 영상을 공개한 건 라파 지상전이 인질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인질은 하마스가 미리 준비한 대본을 읽은 듯한 성명을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여론전

하마스는 이날 휴전을 한다면 ‘무장 해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제사회에 반전 여론 확산을 노리고 있다. 하마스 고위급 인사인 칼릴 알 하이야는 2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5년 이상 휴전할 의사가 있다”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우게 되면 무장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방안인 ‘두 국가 해법’을 일컫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AP통신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 제안은 상당한 양보로 보이나, 이스라엘은 이런 시나리오를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파 지상전을 서두르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내 반전 여론 확산을 경계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미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해 “반(反)유대적 흥분으로, 1930년대 (나치 집권기) 독일 대학을 연상시킨다”며 “부도덕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가까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미 대학가 시위를 “폭동”이라 부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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