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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하이브' 케이팝 신드롬 이끈 방시혁 vs 민희진...뉴진스 복귀 앞두고 서로 뿔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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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테크M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하이브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창업주 방시혁 이사외 의장과 핵심 인사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민 대표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만든 엔터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오너와 핵심 인사의 갈등 탓에 당장 뉴진스 복귀 또한 쉽지 않은 형국이 됐다. 시장에선 하이브 내 어도어 매출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내홍에 따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사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엔터산업의 현실을 드러낸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먼저 지난 22일 하이브는 자회사(레이블)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공식화했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독립을 계획 중이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민 대표가 뉴진스와 함께 하이브를 떠날 계획을 준비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당일 하이브 주가는 약 8% 가량 빠졌고, 장 마감 이후에도 투매가 이어졌다.

이후 민 대표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탈취가 아니라,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Copy·베끼기)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며 하이브와 전면전을 시사했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IP를 훼손, 오히려 기업가치 측면에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민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시장에선 하이브의 수장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식했다.

사실 어도어는 하이브가 전체 지분의 약 80%를 보유한 자회사로 민 대표의 지분은 약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분 격차가 커, 지분법상 경영권 분쟁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엔터업계의 실상을 보면, 사람은 지분 이상의 역할을 한다. 창의적인 콘텐츠 시장의 특성 상, 수익 구조화가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제작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업계에선 민 대표가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이 제3자 유상증자 방식 등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 대표의 브랜드를 앞세워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하이브의 지분율을 희석한 뒤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지분을 가져오는 방식이다. 어도어가 비상장사인 만큼 이사회의 결의만 있으면 가능한 구조다. 앞서 2023년 9월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사단'으로 모두 채워진 상태다. 특히 어도어의 경영진이 싱가포르투자청 등 글로벌 국부펀드에 회사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하이브 측이 이를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에, 현실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 대표가 어도어 기업가치 증대를 명분으로 내건다해도, 방 의장이 어도어 지배력 약화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일종의 반란을 일으킨 민 대표의 의중에 대해 "하이브 측에 대한 서운함이 쌓였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이 키운 뉴진스의 몸값이 올라가며, 민 대표 스스로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자각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하이브가 유사 아이돌 아일릿을 띄우며 민 대표와 갈등이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뉴진스는 올해 6월 도쿄돔에서 2회차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진스의 팬덤 규모가 '메가급'으로 성장한 것. 내년 진행할 월드투어 규모가 100만명 수준까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이브는 아일릿의 데뷔를 통해, 뉴진스 의존도를 낮추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우려한 민 대표가 하이브의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실 관계가 파악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여러 상황을 가정해 볼 때 당장 뉴진스의 복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브 내 민희진 배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뉴진스 멤버들의 이탈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시에 사태 파장이 커질 경우, 하이브 내 멀티레이블 전략이 흔들릴 공산도 크다. 어도어와 같은 레이블이 상당한 만큼, 전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하이브가 고삐를 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TS 군입대 이후, 멀티레이블로 성장세를 유지한 하이브에게 또다시 위기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한편 하이브와 민 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하이브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다. 이틀새 12% 가량 주가가 빠지면 1조원 가량의 시총이 증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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