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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개발 가시권…유행 종식 돌파구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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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백신 후보주, 돼지 실험서 효능·안전성 확인

짧게는 2007년, 길게는 1960년부터 전 세계 ASF에 막대한 피해

연합뉴스

화천 양돈농가서 ASF 발생…긴급 방역 중
(화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6일 오전 강원 화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 당국 관계자가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2023.9.26 yang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짧게는 2007년, 길게는 1960년대부터 시작한 'ASF 유행'을 종식할 돌파구가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으로 마련될지 주목된다.

◇ 국내 개발 백신 후보주 돼지 실험서 효능·안전성 확인

21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야생 멧돼지에서 분리한 ASF 바이러스를 활용해 만든 약독화 생백신(LAV) 후보주(ASFV-MEC-01)가 지난해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높은 수준의 항체를 형성하고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개로 최근 관리원이 진행한 미국 농무부(USDA) 개발 약독화 백신 후보주의 모돈(母豚) 대상 안전성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원은 국내 개발 백신 후보주에 대해 곧 농림축산식품부에 야외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해 승인받은 뒤 시제품을 만들어 내년 베트남에서 시험할 예정이다.

UDSA 개발 백신 후보주에 대해서도 후속 시험 결과를 보면서 같은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관리원은 작년 10월 개최한 국제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원탁회의'에서 베트남 측과 ASF 백신 야외 임상시험 공동연구 계획을 논의한 바 있다.

국내 개발 백신 후보주 안전성과 면역원성 평가 결과를 보면 이 후보주를 돼지에게 2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한 뒤 ASF 바이러스에 노출(공격접종)해보니 노출 3~7일 후 발열 증상이 나타났으나, 3분의 2가 12일이 지나기 전 체온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백신을 맞지 않은 돼지는 12일 전에 모든 개체가 폐사했다.

백신 후보주를 접종한 6마리 중에도 2마리는 폐사했는데, 근육주사로 접종받은 돼지는 ASF 바이러스 노출 9일 차에, 경구로 투여받은 돼지는 11일 차에 폐사했다.

백신 후보주 항체가 분석에서는 후보주를 접종한 모든 돼지에서 접종 2주 차에 기준치 이상 항체가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3차에 걸친 실험에서 백신 후보주의 안전성과 효능이 병리학적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국내 야생 멧돼지에서 확보한 ASF 바이러스로 국내 연구진이 자체 기술로 백신을 만들면 '로열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로열티를 받은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생 멧돼지용 백신을 사육돼지에 접종하는 데 기술적 장벽은 없고 정책적 결정만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데이터 기반 가축 전염병 효율적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돼지 농가 88가구 중 92%가 ASF 백신이 개발되면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살처분 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 ASF 보고 100년 넘었지만, '복잡한 구조'에 백신은 아직

ASF는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보고됐다.

이후 1957년 아프리카대륙을 벗어나 포르투갈 리스본에 유입됐으나 이때는 신속히 통제됐다.

그러나 1960년 다시 포르투갈에 유입돼 1990년대까지 30여년간 유럽과 중남미에서 큰 피해를 일으켰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는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 뒤에야 ASF를 근절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는 결국 근절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남았다.

현재 유행하는 ASF는 2007년 조지아공화국을 통해 유입된 것이다.

이후 2018년 중국에서 ASF가 발생하면서 아시아까지 확산한 것이 확인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한국을 제외하고 아시아 16개국, 아프리카 30개국, 유럽 22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 미주 2개국이 ASF 발생국으로 분류된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올해 3월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월 이후 52개국에서 사육돼지 48만9천여마리와 야생돼지 1만8천100여마리가 ASF에 감염됐고, 살처분된 돼지까지 포함해 138만4천마리가 죽었다.

한국의 경우 사육돼지에서는 2019년 9월, 야생 멧돼지에게서는 2019년 10월 처음 ASF가 발생했다. 이후 올해 2월까지 농장 40곳에서 ASF가 발생해 52만마리가 살처분됐으며, 야생 멧돼지는 이달 15일까지 3천978마리가 확진됐다.

ASF는 고병원성이면 폐사율이 100%여서 세계 식량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강력한 전염병이다

이에 백신을 만들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현재도 미국과 스페인, 중국, 러시아 등에서 백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베트남이 미국 USDA가 개발한 백신 후보주로 백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까지 했지만, 백신을 맞은 돼지가 폐사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국내외 신뢰를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WOAH가 지난해 10월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고 국제표준에 따라 평가와 승인된 고품질 ASF 백신만 사용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베트남이 백신을 수출하려고 하는 데 대한 '경고' 차원이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 평가가 진행되는 USDA 백신 후보주는 베트남이 활용한 USDA 백신 후보주와 다른 것이다.

ASF 바이러스는 주요 유전자형만 24개에 달하고 구조가 복잡한 점, 일반 세포에서 감염이 쉽게 이뤄지지 않아 백신 개발의 전제인 '바이러스 분리'가 어려운 점, 감염 후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점이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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