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뒤 코트에 홀로 남아 3점슛 연습…"나만 멘털 잘 잡으면 돼"
'믿을맨' 이현중 |
(고양=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3년 만에 남자농구 대표팀에 돌아와 국내 팬 앞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지만 3점슛을 단 하나만 성공한 이현중(일라와라)이 "나머지는 다 핑계다. 모두 내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이며 호주와 다음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21일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86-78 진땀승을 거뒀다.
FIBA 랭킹 53위 한국이 77위 인도네시아를 손쉽게 제압할 걸로 예상됐지만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야투 난조로 인도네시아에 흐름을 내줬고 4쿼터 중반에야 겨우 역전해 승리했다.
국내 최고의 슈터 계보를 잇는 이현중이 공격 선봉에 설 걸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현중은 이날 첫 쿼터에서 3점슛 3개를 모두 놓쳤고, 마지막 쿼터에서야 이날 경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곽포를 성공했다.
이현중은 12점 11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3점포는 11개 시도해 1개만 림을 통과시켰다. 성공률 9.1%다.
이현중 |
이현중은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건 핑계다. 내가 준비를 못한 것"이라며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대표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이 소속팀과는 달랐다는 건 부진한 경기력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현중은 "내가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자신 있게, 과감하게 쏴야 했는데 슛 때문에 다른 플레이에도 영향이 갔다"며 "믿고 써주신 감독님, 코치님, 팬들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도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나는 나대로 준비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 잘못"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외곽슛이 연신 림을 외면할 때 이승현(KCC)이 중심을 잡아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현중은 "승현 형이 미들 점퍼와 공격 리바운드를 해주고, 세컨드 찬스도 만들어줬다"며 "이게 우리의 베스트 경기력이 아니다. 내일 연습부터 다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중 3점슛 |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역할이 다른 이현중은 이 또한 연구하고 공부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현중은 "소속팀에서는 나를 완전히 슈터로 기용하는데, 여기서는 소집 기간이 짧기도 해서 역할 분담이 잘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면서도 "이 역시 핑계다. 팀원들이 다들 이타적이었고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나만 멘털을 잘 잡으면 큰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4번으로서 움직임이 익숙하진 않지만, 감독님이 주문하시고 팀도 필요로 한다면 어떻게 잘 수행할지 공부하고 잘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포기 없다' |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24일 같은 장소로 호주를 불러들여 아시아컵 예선 4차전을 치른다.
호주 무대를 누비는 이현중은 "호주의 모든 선수를 경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보다 스킬도 좋고 신장도 당연히 크다"고 단언했다.
이현중은 "호주 NBL에서 정말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라며 "스카우팅을 좀 더 세세하게 해야 한다. 골 밑 선수들의 신장도 우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오늘처럼 박스아웃을 한다면 리바운드를 많이 빼앗길 것"이라고 경계했다.
"하나하나가 다 빨라야 한다. 도움 수비도 한발 빨리 와야 한다"는 이현중은 "오늘처럼 심판 콜이 불리한 경우에도 항의는 하되, 다시 팀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심판이 방해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력을 자책한 이현중은 경기 뒤 홀로 코트에 남아 약 30분 동안 3점슛을 쏘아 대며 호주전을 기약했다.
3점슛을 연습하는 이현중 |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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