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힘 빠진 비트코인...2024년 반감기 기대감이 크지 않은 이유

[장태훈 기자]

/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코인 투자시장의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 왔지만,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중동 지역의 전쟁 및 미국 금리인하 기조가 흔들리며 오히려 가격은 크게 밀리는 양상이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반감기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0일 오전 중 이뤄질 예정이다. 반감기가 시작되면 비트코인 블록 보상이 기존 6.25비트코인에서 3.125비트코인으로 줄어들게 된다. 일반적으로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부추겨 왔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그 자체로 절반 가량 감소한 탓이다.

실제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는 모두 비트코인 가격을 상승시켜 랠리로 이어졌다. 첫 번째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은 10배 급등했고 두번째 반감기엔 개당 660달러에서 900달러까지 상승했다. 가장 최근 세 번째 반감기에는 8600달러에서 1만5700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미국 투자사 FRNT 파이낸셜의 스테판 오엘렛 최고경영자(CEO)는 "반감기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역할을 바꾸지 못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오엘렛 CEO는 최근 비트코인이 과거 반감기의 패턴을 따르는 것으로 보여 이번에도 추가 랠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홍콩 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비트코인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또다른 호재로 불린다. 지난 15일 주요 글로벌 외신들은 "홍콩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며 "홍콩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최대 금융 허브인 홍콩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넘쳐나고 중국 본토에서 자금유입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거대한 신규 시장이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전쟁은 이같은 기대감을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자 비트코인을 포함한 시장 전반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에 공습을 감행하자 이뤄진 조치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향한 무력 공세를 현실화하자, 19일 오전 들어 비트코인은 전거래일대비 3% 가량 급락한 상태다. 국내 거래가 역시 개당 9000만원선이 일시적으로 붕괴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5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 판매 지표가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예상치(0.4%)를 넘는 증가세를 기록, 대외적 투자 환경은 더욱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더 늦은 시점,에 더 적게 내릴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실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61%다. 미 국채 수익률이 4.6%대로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14일 이후 5개월 만이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내에서 판매된 이후, 과거대비 반감기 수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시장에는 하루에 450개 만큼의 공급 축소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개당 6만달러로 환산 시 약 2700만달러에 해당한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1월 11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일평균 2억2200만 달러의 자금유입이 발생했고, 이는 반감기 물량의 8배에 달한다. 즉 ETF 출시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가 반감기의 공급 감소를 훌쩍 넘어선다는 의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할때 호재의 영향력은 작고 악재의 영향은 크다"며 "중동 전쟁도 악재지만 지금 가장 큰 악재는 금리 상승으로,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태훈 기자 hun2@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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