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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현대차 KT 최대주주 '공익성 심사'부터…경영참가 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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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달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으로 KT 1대 주주에 오르게 된 현대차그룹이 최대 주주 자격 유지를 위한 정부 심사 절차를 밟는다. 엉겁결에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지분을 정리하는 등 인위적 방법으로 최대 주주 자리를 굳이 피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KT 경영 참여 의지가 낮아 형식적인 최대 주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KT·현대차 정부에 최대 주주 변경 공익성 심사 신청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현대차그룹은 오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최대 주주 변경 공익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 주주가 되려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와 과기정통부 장관의 최대 주주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20일 국민연금이 KT 지분 1.02%를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8.53%에서 7.51%로 줄었고, 지분 7.89% 지분을 갖고 있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는 최대 주주 변경일로부터 30일 이내 신청해야 하며, 이에 따라 신청 마감일은 오는 19일이 된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장은 "KT나 현대차그룹 중 아무나 신청하면 된다"며 "두 사업자가 함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업자의 신청을 받으면 과기정통부는 공익성 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한다. 심사에서는 국가 인프라인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 주주 변경으로 사회적 안정·질서나 국가 안정 등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한다. 공익성 심사 결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기정통부는 현대차그룹에 KT 주식 매각 명령 등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공익성 심사 3개월 훌쩍 넘길 듯…당장 변하는 건 無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공익성 심사를 받더라도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심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공익성 심사 개시 후 3개월 내로 결과를 통보해야 하지만, 본격적인 심사는 사업자 자료 추가 제출 등 보완 절차가 끝난 후에서야 시작된다.

공익성 심사가 끝난 후 최대 주주 변경 인가 단계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재욱 과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최대 주주가 '되려고'하는 자가 사전에 최대 주주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현대차그룹은 비자발적으로 이미 최대 주주가 된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가 과정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논의 중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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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경영 개입 의지 낮은 현대차에 정부, 지켜보기 모드

정부가 최대 주주 변경 인가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KT 1대 주주로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 측은 KT 지분과 관련 추가 매입이나 매각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익성 심사 신청 절차에 돌입한 것도 본의 아니게 최대 주주가 됐어도 일단 법에 따라 정부 인가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을 취득하게 된 것은 2022년 9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통신 인프라 및 ICT 등 포괄적 협력을 위한 상호 지분 맞교환 때문이다. 당시 양사는 지분을 교환하면서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가 아닌 일반 투자로 명시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현대차그룹이 KT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공시도 변경해야 한다"며 "1대 주주가 되더라도 굳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KT를 편입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KT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가 인프라인 기간통신사업자를 대기업이 소유하도록 정부가 인가한다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1대 주주 복귀 가능성도

국민연금이 다시 KT의 최대 주주로 복귀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KT 지분율은 각각 7.51%, 7.89%다. 불과 0.34% 차이.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KT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해 수익 실현을 한 것일 뿐,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분 판매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최대 주주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사업 협력을 목적으로 KT와 지분 교환을 했기 때문에 이를 매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의무보유 기간은 없지만, 지분 매각이 협력을 깨겠다는 의사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양사가 전략적으로 지분 교환을 한 경우 서로 돌려주거나 할 수는 있지만 시장에 파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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