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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시스템 개선 때마다 승인 또 승인…금융혁신 가로막는 '망분리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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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에 부는 AI바람]②'차단' 아닌 '통제' 중심 규제 전환 필요

머니투데이

망분리 규제 현황 및 완화 움직임/그래픽=이지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한국은 한계가 분명하다. 생성형 AI의 특성상 외부 클라우드 등 연계가 필수인데 한국은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망분리는 외부 침입으로부터 내부전산자원 보호를 위해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보안기법인데 '차단'이 아니라 '통제' 중심으로 규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도 규제 합리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해킹 무서워 생긴 망분리, AI 활용 걸림돌…"보안 강화하고 규제 차등화"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보험사들은 AI 보조 기능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는 다른 글로벌 지역 법인과는 달리 유일하게 챗GPT(ChatGPT), 생성형(Generative) AI 같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외부 콘텐츠 등의 연계가 필요한데 정부는 2013년 대규모 금융전산사고를 계기로 금융업에 망분리 규제를 도입하고 2014년에는 전산시스템의 물리적 망분리를 적용했다. 내부 업무용 시스템은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분리·차단 및 접속금지 시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킹 등 금융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클라우드나 AI와 같은 신기술 적용에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이 2022년 망분리 규제 완화의 하나로 연구·개발망에는 망분리 예외를 허용했지만 시행세칙에서 또 조건을 달면서 완화 취지가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SaaS 이용을 위한 특례조항을 만들었으나 오히려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얘기다. SaaS를 이용하려면 매번 건별로 개별적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야 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조건이 생기면서 기존에는 일부 가능했던 모바일단말기 이용마저 차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혁신 금융서비스를 신청하고 승인이 나면 일부 작업을 해서 개선된 안을 올려 또다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외부침입 취약을 이유로 모바일 접근은 아예 차단했는데 폐쇄적인 환경에서 상품 개발이 어려워져 우수 IT 인력의 잇단 유출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망분리 규제 완화는 소비자보호 이슈와도 연관돼 일제히 풀기엔 부담이 있다. 전문가들은 비전자금융거래 업무 등에서 확대해 활용하거나 업무의 성격과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차등화된 망분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현재는 불가능한 IT인력의 재택근무 등 원격 근무를 업무성격에 따라 허용해 개발환경을 개선해주는 것도 필요 요인이다.

해외 사례처럼 망분리의 개념을 네트워크 간 연계 차단이 아닌 통제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는 직접적·구체적인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망분리의 효과성을 권고하는 수준이거나, 망분리에 준하는 높은 수준의 보안 대책을 자체 적용·운용토록 하고 있다.

정부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금융부분의 망분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달 첫 관련 회의를 연 금융위는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후속조치도 신속하게 추진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망분리 규제 합리화를 지시한 바 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 실장은 "클라우드, 생성형 AI 등 최신 기술과 회사의 내부의 축적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신규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기가 용이하다"면서 "신사업은 규제 완화가 필요조건인데 시장의 수요가 높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규제 완화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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