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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얼굴 쓰다듬어 주면 더 건강해진다…‘스킨십의 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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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짧은 순간의 포옹을 여러차례 하는 것이 긴 시간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더 효과가 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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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는 위로나 축하의 말과 함께 포옹이나 악수와 같은 신체 접촉을 한다. 최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자나 낙선자들의 반응을 중계하는 화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랜 세월에 걸친 공동체 생활 속에서 터득한 감정 소통의 방법일 것이다.



사실 촉각은 출생 이후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기관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 아기가 가장 직접적으로 외부 환경을 경험하는 방식이 접촉이다. 그런 점에서 촉각은 타인과의 가장 원초적인 소통 도구라 할 수 있다.



신체 접촉 방식의 감정 소통은 실제로 우리의 몸과 마음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을까? 누구와 어떻게 얼마나 신체 접촉을 하느냐에 따라 효과도 달라질까?



네덜란드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이와 관련한 212개 연구를 토대로 신체 접촉 효과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해 공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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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경우엔 부모와의 신체 접촉이 의료인과의 접촉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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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누구와 어떻게, 얼마나 오랜 시간 신체 접촉을 하느냐에 따른 효과 차이는 없었다. 예컨대 물리치료사가 오랜 시간 해주는 마사지나 친구가 짧은 시간 포옹해주는 것이나 심리적 효과는 비슷했다.



그러나 신체 접촉의 횟수에 따른 효과 차이는 있었다. 접촉 빈도가 잦을수록 효과가 컸다. 연구진은 “짧은 순간의 포옹을 여러차례 하는 것이 긴 시간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더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의 경우엔 부모와의 신체 접촉이 의료인과의 접촉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한 방향으로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어줘야





둘째, 신체 접촉의 대상이 반드시 사람이어야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다. 무거운 담요 같은 사물이나 로봇과의 접촉도 건강 개선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심리적 효과는 그다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따라서 불안감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장애엔 결국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접촉보다는 감정적 요소가 개입된 접촉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동물 또는 반려동물과의 접촉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관심있는 주제이지만, 연구진은 “이런 주제에 대해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연구가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셋째, 신체 부위 중에서는 몸통보다 얼굴이나 머리를 만졌을 때 효과가 더 좋았다.



넷째, 한 방향으로 어루만지거나 쓰다듬는 것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만져주는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다섯째, 신체 접촉의 건강 효과는 건강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둘 다 비슷했다. 그러나 심리적 치유에선 환자 그룹의 효과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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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건강 효과는 연구가 미흡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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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불안감 줄어들고 통증도 완화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신체 접촉은 몸과 마음에 다 유익했으며 그 정도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어떤 유형의 접촉이냐보다는 접촉을 얼마나 자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접촉 빈도가 잦을수록 우울증 및 불안감 등을 완화해주고 통증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카테리나 포토풀루 교수는 일간 가디언에 “이번 연구는 신체 접촉이 건강에 주는 이점에 대한 조감도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고령화시대를 주목받고 있는 돌봄 로봇의 개발에도 시사점을 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런던 로열홀로웨이대의 마리아나 폰 모어 박사는 가디언에 “로봇에 인간 피부의 질감과 따뜻함을 거의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면 실제 인간 접촉에 필적하는 정신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피부에는 부드러운 촉감과 온도에 특히 민감한 ‘구심성 시-촉각’(C-tactile afferents)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감각이 있다”며 “이는 감정 조절을 촉진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로봇이 이런 특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62-024-01841-8



A systematic review and multivariate meta-analysis of the physical and mental health benefits of touch intervention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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