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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한 때 기업 자부심이었는데 내다 판다”…‘돈 먹는 골칫덩이’ 전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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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재사관학교 각광받던
축구장 30개 크기 ‘크로톤빌’
비용절감 위해 원격으로 대체
3M·보잉도 연수원 정리 추진


매일경제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GE가 최근 뉴욕주 허드슨강 오른쪽에 자리 잡은 크로톤빌을 매각했다. 사진은 GE 크로톤빌의 모습. [사진제공=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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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기업 교육’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오프라인 교육연수원을 잇달이 매각하고 있고, 팔지 않은 기업들은 교육 장소가 아닌 직원 복지시설로 활용하는 추세다.

제네럴일렉트릭(GE)이 지난 70년 가까이 임직원 대상 집중 교육과정에 활용하던 사내 연수원 ‘크로톤빌’을 매각했다. 이곳은 고성과자나 임원을 대상으로 토론 위주의 집중적인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곳이어서 한때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로 불렸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E는 최근 뉴욕시 외곽에 위치한 사내 연수원 크로톤빌을 매각했다. 다수의 부동산 투자회사와 패밀리오피스가 이를 2200만달러(약 304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로톤빌은 현재 회의 공간을 대여해주는 예약제 컨퍼런스 센터로 탈바꿈했다.

크로톤빌은 1956년부터 70년 가까이 GE 사원들이 연수나 워크숍 공간으로 이용됐다. 그 규모는 60에이커(24만2800㎡)로, 축구장 30개 크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크로톤빌에서는 임직원 대상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당시 잭 웰치 전 GE CEO는 매달 크로톤빌을 찾아 강의를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크로톤빌에서 GE 임직원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노엘 티치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6 시그마 등 기술 및 품질관리 관련 커리큘럼이 운영됐고 예습 과제가 주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징적인 장소를 매각한 것은 원격 교육이 확산되면서 사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교육을 받을 필요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래리 컬프 GE에어로스페이스 CEO는 “‘크로톤빌에서 뭔가를 하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던 시절은 오래 전 지났다”며 “팀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전달할 방법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로톤빌이 위치한 뉴욕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브릿짓 깁본스 경제개발과장은 “기업들이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임직원 성과를 보상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과거의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GE의 분사가 매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GE는 지난 2021년 11월 GE 에어로스페이스, GE 헬스케어, GE 베르노바 등 3개 회사로 분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달 초 분할 상장을 마쳤다.

컬프 CEO는 크로톤빌에 대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고, 모임 장소로도 제격이지만 이는 3개의 분리된 회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나가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밝혔다.

GE 외에도 많은 대기업이 구조조정 1순위로 고성과자 연수를 위해 활용하던 건물을 매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화상회의가 보편화된 데다, 컨벤션 산업이 발달하면서 필요한 경우 호텔같은 대체장소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사무용품 및 산업재 제조업체 3M은 미네소타 소재 컨퍼런스 센터 원워크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원워크는 680에이커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겸 컨퍼런스 센터로 1950년대부터 3M의 고성과자 연수 공간으로 활용돼왔다. 3M은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원워크의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공사 제조업체 보잉 역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시 인근에 위치한 285 에이커 규모의 리더십 센터를 매각할 계획이다. 14개의 강의실과 200개의 객실,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연회장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사원들의 건강을 위한 비치발리볼 및 테니스 경기장도 마련돼 있다. 보잉은 1997년 라이벌 항공사 제조업체 맥도넬더글라스를 합병하면서 해당 리더십 센터를 획득했다.

고객 관계 솔루션 업체 세일스포스는 지난 2022년 초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 있는 레드우드 숲 사이 75에이커 규모의 부지에 복지형 근무센터 임대계약을 맺었으나, 작년 초 이를 해지했다. 트레일블레이저 랜치(Trailblazer Ranch·개척자의 목장)으로 불리던 이 장소는 임직원들이 사원 연수를 받고 하이킹, 요가 등을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테크 기업 성장세가 둔화되자 비용 절감이 필요해졌고, 이 임대계약을 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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