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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더욱 중요해지는 이사회 역할, JP모건·월마트 이사회는 ‘감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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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PwC와 함께하는 내부통제 시리즈 (3)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는 점점 광범위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규제와 정보통신(IT) 환경은 급변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 여기에 다양한 규모와 업종에서 터지는 횡령 또는 부정 사건은 회사에 금전적 손실은 물론, 평판과 신뢰를 한순간 무너뜨리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한다. 마치 언제 어디서 어떤 리스크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두더지 게임을 보는 듯하다.

이런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바로 내부통제다. 최근에는 이를 제대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이사회와 내부감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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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강화에 내부통제委 신설도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기업 전략의 중요한 내용을 검토해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권자’이자, 경영진에 객관적 시각을 제공하는 ‘조언자’, 기업의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감독자’ 역할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효과적인 내부통제를 위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몇 년 새 횡령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은행권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내부통제 문제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이사회 규모를 키우거나 이사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등 이사회 구성을 개편하는 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인터넷은행 최초로 이사회 내부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임원과 대표이사의 관리 조치를 감독하고, 내부통제 방안을 효율적으로 마련하고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은 오는 7월부터 금융권에서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시행될 예정이어서, 향후 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의 ‘호화 출장’ ‘셀프 연임’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사외이사의 책임도 강화되는 추세다.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사외이사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우건설 주주들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내·사외 등기이사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사외이사가 내부통제 관련된 역할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JP모건 사례로 본 이사회 역할

해외 기업의 이사회는 의사결정권자이자, 조언자, 감독자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글로벌 금융 기업인 JP모건 이사회는 기업 안정성을 유지하고 성과를 감시한다는 측면에서 이사회 역할에 충실한 사례로 꼽힌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시와 위험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JP모건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위험 평가와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금융위기에서 쌓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이사회는 신용 위험, 시장 위험, 운영 위험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고 이를 통해 예상 위험을 식별하고 적절히 관리할 수 있었다. 또한 컨설턴트 도움을 받아 최신 기술과 모형을 활용해 위험 예측·완화 전략을 개발해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했다.

글로벌 유통 기업 월마트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진출 전략을 발 빠르게 검토하고 승인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지원한 대표 사례다. 월마트는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유통업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월마트는 이사회를 주축으로 친환경 제품과 생산 과정을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뿐 아니라 이사회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컨설턴트와 협력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규모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내 기업감사, 대부분 경영진 산하

기업이 내부통제를 모니터링하는 또 다른 방법은 내부감사 기능을 통해서다. 내부감사는 감독자의 손과 발이 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서 내부감사란 조직의 가치를 높이고 업무 수행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 컨설팅 활동을 말한다.

국제내부감사인협회(IIA)는 내부감사 역할을 3선 모델(The Three Lines Model)을 통해 제시했다. 제3선에 해당하는 내부감사의 주요 역할은 제1선(현업)과 제2선(준법감시)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거버넌스와 위험 관리·내부통제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와 개선안을 경영진과 지배기구에 제공하는 것이다.

내부감사 기능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활동을 수행하려면 지배기구, 즉 감사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의 내부감사 조직은 대다수가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관리자(CFO) 등 경영진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내부감사 기능에 대한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감사 기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먼저 기업에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산업 전반, 관련 규제, 회사에 대한 이해는 물론 감사 수준·도구 활용 능력, 선진 사례에 대한 이해 등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또한 내부감사 조직이 기업의 경영진과 대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업의 인식과 문화가 뒷받침돼야 하며, 내부감사 조직의 적절한 지위 또한 확보돼야 한다.

전문 조직 통해 투명성 높여야

내부통제를 위한 내부감사에 대한 투명성과 전문성,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내부감사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내부감사 전문 조직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아마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내부감사 기능을 수행하는 비율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부감사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너가 운영하는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기업의 특성상 기업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영진의 저항에 부딪히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 밖에도 외부 평가자가 내부감사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 기업 문화와 관행적 요인 등이 내부감사 기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에 해당한다.

둘째,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기관을 통해 내부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국제내부감사인협회가 159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54%의 기업이 내부감사 업무를 전문 외부 기관에 위탁하고 있으며 이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앞서 제시한 이유 때문에 내부감사 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외부 평가자의 내부감사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변화를 추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은 물론, 기업 경영의 투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다소 폐쇄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개선해, 궁극적으로는 ‘투명하고 효과적인 위험 관리’라는 조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승운·홍우식 삼일PwC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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