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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투표줄?"…귀한 점심시간 쪼개서 200m 줄선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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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관외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4.04.05. 20hwan@newsis.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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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도 아닌데, 투표하려고 이런 줄을 다 서보네요. 하하하"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어른들이 좋은 정치를 했으면 합니다"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낮 12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는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센터 4층부터 시작해 200m가 넘는 관외 투표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은 "이게 설마 투표줄인가" "일단 빠지는 속도를 보자"며 줄을 섰다. 반면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 "이건 안 되겠다"며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인구가 많은 여의도 특성상 관외 투표 대기줄이 특히 길었다. 이날 대기줄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남는 시간 사전 투표하러 온 직장인이었다. 줄 맨 뒤에서 만난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점심시간에 틈내서 (투표)하려고 했는데 줄이 길어 시간 내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가 투표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투표한 소감을 묻자 A씨는 "놀이공원도 아닌데 이렇게 줄을 서보니 나름 재밌었다"며 "우리의 권리인 만큼 아무리 정치가 싫고 질린다고 해도 가만히 있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진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50대 직장인 B씨도 이날 40분에 걸쳐 투표를 완료했다. B씨는 "직원들에게 점심 먹고 투표하고 오라고 했는데 복귀가 다 늦을 것 같다"며 " 4년에 한번씩 오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취지로 투표를 독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라는 곳이 나랏일을 두고 회의를 하는 곳이니까 이름값에 맞게 부디 정책으로 대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낮 12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는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센터 4층부터 시작해 200m가 넘는 관외 투표 대기줄이 만들어졌다./영상=이병권 기자

자녀의 첫 투표를 함께 한 40대 여성은 "딸의 첫 선거라는 점에서 추억을 쌓을 겸 같이 왔다"며 "이렇게까지 투표했으니 딸과 비슷한 처지의 많은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어른들이 좋은 정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대학에 갓 입학한 딸은 "친구들 모두 총선에 관심이 없었는데 직접 와보니까 배운 게 참 많았다"고 했다. 이어 "취업 문제나 내집마련 같은 청년 현안들을 잘 해결해주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대급' 길이의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놀란 시민도 있었다. 이날 아침 일찍 사전투표를 마친 50대 남성 C씨는 "(비례대표 정당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40번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당이 이렇게 많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가 엄청 길더라.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두 번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고 했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38개 정당이 표기돼 길이가 51.7㎝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 번호는 1,2번 없이 3번부터 40번까지 나열됐다. 총 38개 정당이 253명의 후보를 냈다.

투표를 앞둔 시민들은 긴 대기 시간에도 불구하고 몸이 불편한 유권자들에게 순서를 먼저 양보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낮까지 투표소가 북적이면서 질서가 무너지자 볼멘소리가 나왔다. 관내 유권자 일부가 관외 유권자줄에 서있다가 뒤늦게 알아채면서 안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여의동주민센터 투표소 곳곳에서 투표 안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정리에 나섰다. 이들은 건물 밖까지 이어진 줄에 관내와 관외 유권자의 줄을 구분하는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면서 "관내는 바로 들어가고, 관외는 뒤로 가서 줄을 서면 된다"고 안내했다. 또 "건강한 분들은 고령층을 위해 계단을 이용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질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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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관외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4.04.05.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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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김진표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오영환·박원석 새로운미래 선대위원장 등이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사전투표를 마친 인 선대위원장은 "정도와 반칙을 가르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해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치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더라도 더 좋은 후보를 여러분 손으로 뽑아달라"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에 투표 현장을 찾은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일행은 줄이 너무 긴 것을 확인하고 일정상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동행한 백승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여러분들께서 원하시는 것들을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변화시켜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투표로서 여러분 권리를 쟁취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사전투표율이 12.6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2020년 총선 때보다 2.86%p(포인트) 상승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는 5~6일 이틀간 진행한다.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18세 이상(2006년 4월 11일 출생자 포함)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 시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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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4.4.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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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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