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에 나섰던 서울 시내버스가 노사간 극적 타결로 파업을 철회한 2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로 버스가 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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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4시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했던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 11시간 만에 사측과 합의해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노조는 앞서 새벽 2시 20분쯤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첫차부터 파업을 벌여 이날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노사 양측은 파업 후에도 계속 물밑 협상을 벌여 올해 임금 인상률 4.48%에 합의했다. 명절 상여금 6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이다. 사측은 “올해 임금을 사실상 5.6% 인상한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당초 12.7%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2.5% 인상안으로 맞섰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벌어진 시내버스 파업에 출근길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교통대란도 빚어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백경모(24)씨는 “파업 사실을 모르고 정류장에 한참 서있었다”며 “아무리 노조 활동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시민들 출퇴근길을 볼모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강진(51)씨는 “12년 만의 파업이라는데 왜 하필 선거를 코앞에 두고 파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류장의 버스 도착 정보 안내판에는 ‘곧 도착 없음’이라는 문구가 계속 떴다.
12년 만에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가 오지 않자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있다. /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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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올해 첫 고교 모의고사 시험이 있는 날이라 반마다 지각생이 속출했다. 이화외고 1학년 A양은 “하필 모의고사 날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탔는데, 도로가 차로 꽉 막혀 지각할 뻔했다”고 했다.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몰리면서 지하철이 평소보다 혼잡스러웠다. 관악구에 사는 정모(25)씨는 “출근길부터 비도 오고 버스 파업도 겹쳐 지하철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며 “사람이 너무 몰려 숨이 막히고 쓰러질 것 같다”고 했다.
버스 7000여 대가 운행을 멈췄지만 자가용이 쏟아져 나오며 교통 체증은 평소보다 심했다.
서울 25개 구(區)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출근길 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서구에 사는 배모(30)씨는 “구청에서 오전 8시에야 무료 버스를 운행한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이미 택시를 탄 뒤였다”며 “한참 전부터 버스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예고했는데 왜 당일 아침에서야 공지하느냐”고 했다. 양천구에 사는 김명자(42)씨는 “화곡역까지 셔틀버스를 탔는데 승객이 너무 많아 바로 탈 수도 없었다”며 “회사에 15분 정도 지각했다”고 했다.
이날 시민들은 서울시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하루아침에 서울 시내버스 7000여 대가 전부 ‘증발’하다시피 했는데 별도의 대체 인력이나 운행 수단 등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파업 이틀 전날(26일) 오후 5시쯤 파업 대비 교통 대책을 발표했는데 지하철 운행 하루 202회 증회와 막차 시간 연장, 구청 무료 셔틀버스 480대 운행이 전부였다. 구청 셔틀버스는 멈춰선 시내 버스의 6.7%에 불과했다.
이날 새벽 협상이 결렬되고, 시민들이 출근길 불편을 다 겪은 뒤인 오전 10시쯤, 서울시는 “노사 간 양보와 적극적인 협상으로 조속한 타결을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 안팎에서도 “서울시가 상황을 너무 낙관한 것 아니냐”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임금은 월 487만원(평균 근속 연수인 8.43년 기준)이다. 부산은 454만원, 대구는 442만원 등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반면에 노조는 “서울은 운행 시간이 더 길고, 물가도 높은데 최근 몇 년간 인천 등 다른 지역이 오를 때 인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2022년에는 적자가 8571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적자 규모가 5000억원이 넘었다. 이 적자는 전부 시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적자를 서울시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시절인 2004년 환승 할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임금 인상으로 재정 부담은 600억원가량 늘어나겠지만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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