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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기획] 20년, 그 이상을 바라보는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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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e스포츠 산업의 규모는 1514억 40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개인 스트리밍 광고 매출 등을 합산해 보다 면밀하게 추정하는 e스포츠 확장 산업 규모는 2816억 6000만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치다.

e스포츠는 지난 20여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마이너한 유흥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하나의 문화로 발전했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산업을 체계화하고 저변을 확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더게임스데일리의 20년 역사 속에서 한국 e스포츠의 특기할 만한 사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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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광안리 대첩'과 e스포츠의 발전

더게임스데일리가 창간한 지난 2004년은 한국 e스포츠에서 역사적인 해다. 당해 7월, 이른바 '광안리 대첩'으로 불리는 한빛스타즈와 SK텔레콤T1의 '스카이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전이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렸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한빛스타즈와 SK텔레콤T1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빛스타즈가 끈끈한 팀워크로 뭉친 전통의 명문구단이라면, SK텔레콤T1은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 등 당대를 주름잡은 선수들을 거느린 스타 군단이었다.

두 팀의 대결은 경기 전부터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당시 팬 클럽 회원 수 40만명을 거느린 임요환을 비롯해 스타 선수들이 결승전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그동안 '스타크래프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경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7일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은 SK텔레콤T1이 먼저 기선을 제압하며 세트 스코어 3대1로 앞섰다. 하지만 5세트에서 한빛스타즈의 김선기가 SK텔레콤T1의 임요환을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고, 결국 남은 두 세트도 한빛스타즈가 승리하며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을 이뤘다.

극적인 역전 우승만큼이나 세간의 반응도 뜨거웠다. 결승전이 열린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는 한국 e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무려 10만명의 관객들이 모였다. 10만명의 관객들은 같은 날 진행된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1만 5000여명이 모인 것과 대조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특히 한빛스타즈의 극적인 역전 우승과 맞물려 이날의 결승전은 이른바 '광안리 대첩'으로 e스포츠 역사에 남았다.

'광안리 대첩'은 한국 e스포츠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e스포츠 관련 종사자들을 '전자오락에 미친 사람들'로 보던 사회적 분위기가 일부 바뀌었으며 e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e스포츠의 마케팅 잠재력에 주목하며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다른 종목에도 러브콜을 보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또한 지방에서 대규모 e스포츠 결승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게임과 e스포츠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부산과 광안리해수욕장은 광안리 대첩을 계기로 게임 문화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문화관광부는 광안리 대첩을 계기로 그해 12월 한국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담은 'e스포츠 발전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 및 관계자들은 e스포츠 관련 정책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지금의 e스포츠가 있을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정치권에서도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창립하고, 상무에 e스포츠 팀 창설 지원 공약 등을 내거는 등 e스포츠가 지닌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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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뒤흔든 지재권 분쟁ㆍ승부조작 사태

e스포츠 산업이 성장하며 관심과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업계에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닥쳐왔다. e스포츠의 지적재산권 및 방송권 분쟁과 승부조작 사건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을 뒤흔들며 뜨거운 열기에 찬물을 뿌렸다.

한국 최고의 e스포츠 종목이었던 '스타크래프트'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지난 2007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국제적인 e스포츠 리그의 방송 중계 모델은 IP 소유자(퍼블리셔 혹은 개발사)가 리그 주관사에 방송권리와 리그 운영 권리를 주고, 다시 주관사는 방송사에게 방송권리를 부여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단순히 리그 운영사와 IP소유자에게 프로모션 효과만을 제공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업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작품의 지적재산권 행사와 관련해 방송국,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협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중계권 논의, 대회 개최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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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지적재산권 문제가 대두된 것은 지난 2010년 '스타크래프트2'의 e스포츠 대회 필요성이 부각되던 시점이다. 당해 4월 '스타크래프트2'를 놓고 벌어지던 블리자드와 KeSPA의 협상이 결렬됐고, 블리자드는 그래텍과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를 출범하기에 이른다. e스포츠 지재권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던 정부까지 끼어들며 싸움은 격화됐다.

e스포츠 지재권을 놓고 벌어지던 다툼은 2011년 블리자드와 KeSPA가 '스타크래프트' 관련 국내 e스포츠 대회 개최와 방송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마침내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e스포츠에 싫증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지난 2010년은 e스포츠 업계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간 승부조작 사태가 사실로 드러난 해였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유명 선수를 포함해 전현직 프로게이머 11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며 e스포츠는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연루된 선수들은 선수자격이 정지됐으며 모든 시상 및 포상을 박탈당하고 영구 제명됐다.

e스포츠 승부조작 사태는 업계의 암흑기를 몰고 왔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노후화 및 '스타크래프트2' 지재권 문제 등과 맞물려 화승, 위메이드, MBC게임 등 많은 프로게임단들이 e스포츠를 떠났다. 또한 팬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e스포츠는 생존 문제까지 위협에 처했다. 종목사들은 이후 e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철저히 소양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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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와 제2의 전성기 맞이한 e스포츠

어두운 시간을 보냈던 e스포츠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함께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OGN은 지난 2011년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에서 LoL의 인기를 확인한 후 한국 e스포츠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듬해 LoL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해 신규 프로그램 론칭, e스포츠 인기 해설가 투입 등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당해 3월 '2012 LoL 더 챔피언스 스프링'을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LoL의 시대를 열었다.

'LoL 더 챔피언스'는 LoL의 한국 서비스와 함께 빠르게 e스포츠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한국 최고의 LoL 프로게임단 SK텔레콤T1 K가 지난 2013년 'LoL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 세계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은 많은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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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에는 한국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의 토너먼트가 개최됐다. 한국 팀 삼성 갤럭시 화이트는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관객들을 향해 트로피를 높게 들었다. 당시 결승전이 열린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유료 관중으로만 4만명이 입장하며 전석 매진됐다. '광안리 대첩'에 이어 또 하나의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LoL 월드 챔피언십 2014'는 유명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이매진 드래곤스의 결승전 공연 등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결승전은 전세계에서 약 2억 8000만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낳았다. 이후 e스포츠는 글로벌 메인 스트림으로 발돋움하며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뜨거운 e스포츠 열기를 노리고 한국에서도 많은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넥슨이 지난 2012년부터 개최했던 '액션 토너먼트'를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의 '로스트사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의 종목으로 수많은 e스포츠 대회가 시작됐다.

e스포츠를 활용한 게임업체들의 마케팅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 종목은 게임의 세계적 흥행을 바탕으로 대회 초반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훌륭히 한국 및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넵튠의 '이터널 리턴' 등도 팬들에게 인상적인 e스포츠 경험을 제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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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채택된 e스포츠 … 국제 트렌드 쫓게된 계기

e스포츠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사가 쌓이고 국제적인 위상이 상승하며 그동안 전통 스포츠의 전유물이던 영역에까지 점차 발을 들여놓게 된다. 특히 '2017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및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업계에 커다란 기회이자 또 하나의 문제로 다가왔다.

지난 2017년 KeSPA가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 및 인정단체 자격을 상실한 것이 밝혀지자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대한체육회는 통합체육회를 출범하는 과정에서 자격요건을 강화했는데, KeSPA는 산하 시·도체육회 가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당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가운데 e스포츠의 전통 스포츠화 및 세계화에 너무 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한 한국 e스포츠의 갈라파고스 현상이 심화돼, 현재 e스포츠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일갈도 있었다.

KeSPA는 결국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최되기 직전까지 선수 등록 절차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다행히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은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금메달, LoL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혼란 속에서도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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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였다. 그리고 KeSPA는 앞선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 2021년 11개 지역에서 시·도체육회 가입을 완료해 대한체육회 준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KeSPA는 또한 대한체육회 규정에 맞춰 '경기력향상위원회'를 발족해 산하 종목별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체계적인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 시스템을 가동했다. 더해 대회 주최 측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로부터 대회 준비 과정에서 각 종목사, 단체들과 협업을 통한 e스포츠 국제 대회 준비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양한 아시아권 국가에 전파하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FC 온라인' 동메달 '스트리트 파이터V' 금메달 '리그 오브 레전드' 금메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은메달 등 출전한 모든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해 한국이 e스포츠 강국임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알렸다. 출전 선수들은 대회 이후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e스포츠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정치권과 사회의 관심 또한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지난 2022년 열린 '제20회 대통령 선거'에서는 e스포츠가 주요 대선 공약으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e스포츠의 지역 연고제가 최근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정부 주도하에 시행되는 세계 최초의 e스포츠 대회 '한중일 e스포츠 대회'가 지난 2021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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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지속 가능한 운영' 화두에

e스포츠의 역사는 어느새 20년을 훌쩍 넘었다. 매년 더 나은 청사진만 그리던 e스포츠는, 이제 뒤를 되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지난 2020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더믹은 e스포츠의 생존을 위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기존에 계획돼 있던 e스포츠 대회가 중단되고, 개최된 일부 대회마저 무관중 대회로 진행되며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비교적 주목도가 낮은 종목들은 직격탄을 맞으며 오프라인 행사 취소, 투자 감소 등이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산업은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시기 많은 프로게임단들과 종목사 등 산업 관계자들이 e스포츠 운영을 포기했다.

e스포츠 대회는 축소됐지만 같은 기간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은 치솟았다. 지난 2021년 기준 e스포츠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프로게임단의 총 예산은 약 606억원을 기록했다.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으며 코칭 스태프, 콘텐츠 제작 인력 등을 충원해 평균 규모가 치솟았다.

코로나 팬더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e스포츠의 지속 가능한 운영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22년 기준 프로게임단 총 예산은 963억원까지 치솟았다. 설문에 답변한 프로게임단 중 운영 예산으로 1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팀은 전체의 12.5%에 달했으며, 50~100억원 규모를 집행하는 게임단도 18.8%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익은 이를 메우지 못해 프로게임단은 만성 적자 구조에 놓인 상황이다.

프로 선수와 코칭 스태프 등의 고충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불투명한 진로 경력 단절 고용 불안정 적은 보수 등 다양한 이유로 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선수들은 사회 초년생에 해당하는 20~21세의 비율이 가장 많은 것에 비해, 무려 73%가 향후 최대 5년까지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LoL e스포츠는 올해부터 프로게임단의 부담을 일부 경감할 수 있는 '균형 지출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프로게임단의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치권의 적극적인 행동을 바라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정책 지원을 통해 e스포츠 선수들이 마음 놓고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e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문제, 수익성 강화를 위한 e스포츠 토토 도입, 지역 e스포츠 문화 활성을 위한 지역 연고제 등은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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