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슈바이처’ 고(故) 박병출(왼쪽) 원장, 청소년의 대부 허보록 신부. /KBS인간극장·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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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췌장암, 간경화, 위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30년 넘게 의료 봉사 활동을 이어가다 세상을 떠난 ‘필리핀의 슈바이처’ 고(故) 박병출 원장에게 15일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됐다.
평범한 외과 의사였던 박 원장의 삶은 1989년 필리핀 오지에 의료 봉사를 하러 갔다가 바뀌었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현지인을 만나면서 박 원장은 필리핀에 정착해 누가선교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박 원장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동남아 오지를 순회하며 50여 개 마을을 다녔다. 의료 봉사 초기엔 병원이 없어 대형 버스를 개조한 이동 병원에서 외과 수술도 했다. 버스가 고장 나면 손수 수리해가며 의료 봉사를 이어갔다. 진료를 보면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의 학비를 챙겨주기도 했다.
오지를 돌아다니는 박 원장에겐 늘 질병이 따라다녔다. 그는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뎅기열, 간염 등을 앓았고, 1992년에는 췌장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다. 2004년에는 위암에 걸려 위를 15%만 남기고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다시 오지로 향했다.
박 원장은 “오히려 내가 아파 보니 환자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09년에는 간경화, 당뇨 판정까지 받았다. 박 원장은 2016년 12년 만에 위암 재발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8년 8월 63세 나이로 별세했다. 박 원장은 투병 중이던 2016년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환자들한테 ‘저 사람도 죽음이 무서워서 덜덜 떤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치료자로서 담대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 추천 포상에서 박 원장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13기를 맞은 국민 추천 포상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이웃을 국민이 직접 추천하면, 정부가 심사를 거쳐 포상하는 제도다. 이날 국민훈장 3명, 국민포장 7명, 대통령표창 8명, 국무총리표창 16명 등 총 34명이 포상을 받았다.
국내 과학 발전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100억원 상당의 토지, 서울대에 2억원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고 곽성현 전 한국링컨협회 이사장에게는 국민훈장 석류장이 추서됐다. 곽 전 이사장은 15년간 유니세프와 기아대책 등에 정기적으로 후원도 했다.
프랑스 신부로 28년여간 무의탁 아동 보호 시설을 운영하는 등 오갈 데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보살핀 불우 청소년의 대부 허보록(64) 신부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토지, 건물, 미술품 등 평생 모은 재산 11억여 원을 경북 성주군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박자연(87)씨 등은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윤경(49)씨는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년 넘게 ‘1000원 백반집’을 운영하며 일용직 노동자,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한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장희용(47)·김미야(48) 부부는 5명의 남자아이를 입양해 총 6형제를 키우며 꾸준한 나눔 활동을 실천해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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