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까지 의료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2024.3.12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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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병원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하자 12일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분노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정부가 사태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18일 전원 사직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40대 A씨는 “전공의도 없어서 병동이 안 그래도 텅텅 비었는데 교수들까지 떠나면 환자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의사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이달 초 암 치료를 위해 병동에 입원한 그는 가슴에 꽂힌 케모포트(정맥을 통해 심장 근처 굵은 혈관까지 삽입되는 관)를 보여주며 “서울대병원 전체에서 4명밖에 없는 인턴 의사들이 모든 병동을 돌아다니며 소독에 케모포트 관리까지 전부 한다는데 교수들까지 사직하면 어떻게 하냐”며 “전공의들도 빨리 돌아와야 하는데 오히려 교수들이 사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A씨는 입원 당시에도 시술할 의사가 없어 18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폐암 4기인 아버지가 혈뇨 증상을 보여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유모(56)씨는 “환자가 병원에서 믿을 사람은 교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병원에 뭐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했다. 식도암을 앓고 있는 가족을 데리고 강원 강릉에서 서울대병원을 찾은 강모(52)씨는 “의사들이 환자 목숨 가지고 장난치면 어떻게 하냐”며 “이들이 사직서를 쓰는지에 따라서 우리 가족 목숨도 왔다갔다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 교수들의 사직이 다른 병원으로 번질까 봐 걱정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성균관대와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윤모(68)씨는 “교수 파업이 서울대뿐 아니라 전국 모든 병원으로 번지면 불편이 커질까 봐 걱정”이라며 “정부·의사 모두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결국 피해보는 건 환자뿐”이라고 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아내의 경과를 살피러 병원을 찾은 유모(79)씨는 “의사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목숨이 위험한 환자들까지 볼모로 잡고 대응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교수들이 이 병원까지 떠나면 이제 누가 남는 거냐”고 했다. 조모(67)씨는 “원래 봐주던 교수님이 자리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교수들까지 그만둔다면 진짜 ‘의료 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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