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일 안 한다’던 북 위성…일 언론 “고도 조정하며 부산 통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지난해 11월21일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던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고도를 조정하면서 한국과 일본 상공 등 정상 궤도로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미군의 공개 데이터를 일본 전문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이 고도 상승을 반복하며 한·일 상공 등 지구를 안정적으로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도 이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위성이 지상의 지시를 따르는 ‘제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우주군은 인공위성 추적 사이트 ‘스페이스 트랙’에 등록해 매일 위성 등의 움직임을 쫓아 궤도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 우주공학 전문가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미군의 자료를 조사해보니, 만리경-1호가 지난달 최소 5차례 급격히 고도 상승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위성은 지난해 11월 발사 직후 평균 고도가 약 502㎞였다가 우주 공간의 공기 저항 등 영향으로 서서히 내려갔다. 지난달 하순 고도가 약 4㎞ 올라가, 발사 직후와 거의 같은 궤도로 돌아온 상태다. 일본 우주 전문가는 요미우리신문에 “단기간에 급격히 고도가 변하고 있다. 지상에서 인위적으로 수정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도 “위성이 북한의 통제하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위성이 일본 야마구치현에 있는 주일 미군의 이와쿠니 기지와 군항이 있는 한국의 남부·부산 등 주변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북한) 위성이 5일에 한 번가량 지상의 같은 곳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위성 발사 이후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부산에 정박해 있는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촬영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위성의) 촬영 능력 등 아직 불분명한 점이 많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일본 정부는 미국·한국과 협력해 분석을 서두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위성의 통제 능력을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위성 전문가 마르코 랑브룩 박사도 최근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S)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달 19~24일 사이 북한 위성의 의도적인 고도 변경을 5차례 확인했다. 랑브룩 박사는 “북한이 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 위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신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위성과 관련해 “궤도는 돌고 있고, 돌고 있다는 신호는 정상적으로 수신된다”면서도 “정찰도 안 하고 지상과 통신 중계도 안 하고 그냥 일없이 (궤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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