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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후견지명의 오류?…아파트 투자 '거품명성' 경계해야 [박원갑의 집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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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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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누구나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문제를 풀다가 끙끙 앓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궁리해도 답을 찾지 못할 때는 난도가 꽤 높은 문제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하지만 막상 답안지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못 풀다니’라고 자신의 우둔함을 자책한다. 그러나 막상 비슷한 수학 문제를 만나면 해법을 찾는 데 다시 애를 먹는다. 이 세상에 답안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으리라.

회사원 김진섭 씨(가명・42)는 최근 모처럼 만난 지인 A와 아파트 파는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이 상했다. 김 씨는 몇 년 전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팔려고 했으나 시기를 놓쳐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집을 팔려고 했던 그 당시가 고점이었다. 당시 거래가 많지 않았으나 급매물 가격으로는 팔 수 있었다. 하지만 ‘급히 필요한 돈이 없는데,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있나?’라고 머뭇거리다가 실기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지인 A는 “그때 아파트값이 분명 거품이었는데 왜 팔지 않았느냐?”라고 핀잔 투로 말하는 게 아닌가. “누가 몰랐느냐?”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사실 그 당시 집값이 단기간 많이 올라 비싸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집을 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 시장이 갑작스럽게 냉각될 줄은 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싸게라도 팔았어야 했지만, 결단을 내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 씨는 지인 A가 당시 정황을 무시한 채 결과만으로 평가하니 속이 상한 것이다.

일이 다 벌어지고 난 뒤 옳고 그름을 재단하면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는 후견지명(後見之明)에 빠지기 쉽다. 지인 A의 핀잔도 후견지명일 수 있지 않을까? 후견지명은 사후 관점에서 진작부터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믿는 심리로,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라는 뜻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빗대어 나온 말이다. 가령 “MZ세대까지 다투어 빚내서 투자했을 정도니 거품이 꺼질 줄 진작부터 알았다” 혹은 “석학의 거듭된 경고에도 묻지마 투자를 하더니 망할 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사후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관해 설명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아무런 통찰력이 없는 보통 사람도 약간의 상식만 있으면 사후 설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결과를 보고 해석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는 얘기다.

후견지명은 이미 일이 일어난 결과를 보고 과정을 설명하는 사후 합리화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미국발 고금리 쇼크가 터지기 전 큰손이 급전이 필요해 우연히 아파트를 팔았다고 하자. 위기가 터진 뒤 시장에서는 큰손이 본능적인 감각으로 돈을 미리 뺐다는 소문이 나돈다. 위기를 예측하고 행동으로 옮긴 예지력이 있는 사람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주위에서 미래를 예견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연한 행동에도 결과론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 행동 결과보다 지나치게 예측성을 과대하게 포장하는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로 성공한 사람 못지않게 실패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투자 성공담만 전설처럼 나돌 뿐, 실패담은 흔치 않다. 사람들이 자신의 실패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소문으로 부풀려진 성공 이야기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투자에 실패했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빙산의 일각처럼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실패담이 훨씬 더 많아할 테니까. 다만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자기반성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생업에 종사하면서 공부를 더 해서 ‘지식의 근육’을 키워라. 그래야 다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지식을 늘리면 위기가 왔을 때 큰 기회 포착이 가능해진다.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물론 단박에 성공담을 만들기는 어렵다. 세상은 돌고 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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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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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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