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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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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지지자 “자기 목소리 낼 수 있는 세력 뽑아야” [총선 기획, 다른 목소리 ③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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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녹색정의당 지지자인 조현익씨가 지난 28일 서울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8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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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이 힘든 당일수록 내 한 표의 가치는 더 크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출판사 운영을 겸하는 녹색정의당 지지자 조현익씨(33)는 지난달 28일 일터인 서울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했지만 당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표(死票)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1살이던 2012년 첫 총선에서 진보신당(정의당 전신)에 정당투표를 했지만 비례대표 1석도 얻지 못했다. 이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지지 정당의 낙선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는 죽은 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표는 생명을 잃어도 그 표로 인해 그 당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당선되기 힘든 당일수록 얻은 표의 수가 활동을 이어갈 힘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에서 지방선거 때 구청장과 구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한 녹색당과 정의당 예를 들었다. 그때 응축한 힘으로 마포구청이 젊은 문화인들의 활동 공간이던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용도를 바꾸려 했을 때 함께 싸우고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마포구 신규 쓰레기 소각장 문제에서도 무조건 반대하는 거대 양당과 달리 쓰레기를 줄이는 대안을 제시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조씨는 대학 도서관에서 주간경향, 한겨레21 등 주간지를 읽으며 동물실험 반대 등 진보 이슈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해당 이슈에 대안을 내놓는 진보정당을 찾게 됐다. 현재는 녹색정의당 마포을 당원으로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진보정당 지지자로 사는 설움도 있다. 특히 “너 아직도 그 당 지지하냐”, “그 당으로 뭐가 되겠나”는 주변의 말이 그를 서글프게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팔도비빔면은 라면 시장 점유율 3~4% 정도인데 사람들이 맛있다고, 힙하다고 난리”라며 “내가 지지하는 정당은 똑같은 지지율로 왜 정반대 취급을 받아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엔 가족들에게도 진보정당 지지를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지금은 가족들과 정치에 관한 대화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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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 지지자인 조현익씨가 지난 28일 서울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출간한 저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28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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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진보정당의 존립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을 접하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성공은 진보정당에 좌절이었다. 그는 “양당 구도를 깨고 제3당 역할을 할 정당이 진보정당이었는데, 이제 영원히 저쪽이 그 포지션을 가져가겠구나 하는 회의감이 크게 들었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등이 제3당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2020년 총선 당시 위성정당 출현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는 “선거제가 준연동형 비례제로 바뀌었을 때 많은 분들이 드디어 꿈을 펼칠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했는데 위성정당으로 좌절되니 선거개혁을 안 한 것보다 더 나쁘게 됐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상황을, 개성공단에 투자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갑자기 공단이 폐쇄되면서 쫓겨난 중소기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 후 진보정치를 하던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그만두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양당의 팽팽한 대립 속에 더불어민주당을 비판적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은 점점 커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만들어지고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했다. 그는 “여의도 정치문법으로 따지면 당선이 중요하겠지만, 그런 식의 정치는 스스로를 여의도에 가둬놓고 자기 목소리와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시민사회 원로들이 비례연합정당을 주도하는 모습에 “사회운동 경력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안 좋은 행태”라고 분노를 표했다.

조씨는 진보정당의 필요성은 역설적으로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그는 “큰 정당들엔 당선되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없애버린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이 ‘정권을 심판하자’, ‘누구를 지켜야 한다’ 밖에 없다”며 “이럴 때 진보정당이 힘내서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당과 정의당이 선거 때 녹색정의당으로 함께 하기로 한 것을 두고 “마포에선 원래부터 두 당이 협력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에 전국적으로 두 당이 함께 해서 영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씨는 최근 <세상은 망했는데, 눈떠보니 투표일?!>이란 책을 출간했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이번 총선 투표 가이드북이다. 예를 들어 지역구 후보를 뽑을 때 아무리 인물이 좋아도 좋은 정치인 한두 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 인물 말고 당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제언이 담겨 있다.

그는 “민의를 잘 대변하는 사람을 좋은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모은 정당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며 “민의를 받들어 맞추겠다는 사람에게만 투표한 결과가 오늘의 망한 세상”이라고 책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고, 민의를 조직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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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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