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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친러’ 미승인 국가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에 보호 청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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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몰도바의 친러시아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자치정부의 바딤 크라노셀스키 대통령(가운데)이 28일(현지시각) 트란스니스트리아 자치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티라스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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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시아계 미승인 국가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했다. 동유럽의 또 다른 ‘화약고’인 이 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치의회는 28일(현지시각) 특별회의에서 “22만명의 러시아 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몰도바의 점증하는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달라”고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내륙국가 몰도바의 동쪽 국경에 있는 러시아어 사용권 지역이다. 옛 소련 해체 직후인 1992년 몰도바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번 결의안에 대해 “우리 동포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주요 우선 순위”라고 호응했다. 반면 몰도바 정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자치정부의 “발작 증세”라고 일축했다. 다니엘 보다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우리나라의 일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어떤 상황의 고조나 불안정의 위험이 없다”며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수도인) 티라스폴에서 하는 건 선전선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매슈 밀러 대변인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둘러싼 러시아의 행동과 더 넓은 주변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인 돈바스 지역 친러 단체의 보호 요청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러시아군 병력 1500명이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분쟁을 막기 위한 평화유지군으로 들어와 주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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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정부는 친유럽 성향을 띠고 있다. 2022년엔 유럽연합(EU) 후보국의 지위를 얻었다. 이런 기류에 트란스니스트리아 자치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는 2006년 주민투표에서 97.2%가 ‘몰도바에서 분리 독립하고 러시아와 자유롭게 연대한다’는 안에 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보호 요청은 지난 1월 몰도바 정부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과의 거래에 관세를 도입하며 경제적 압박을 가한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 이후 트란스니스트리아와의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이 지역으로 가는 송유관도 막았다. 이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사실상 몰도바뿐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가 교역품에 과세하면 트란스니스트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비용이 더 생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직접 군사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통해 연결되었으나, 이마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막혔다. 그러나 러시아로서는 적어도 몰도바의 친서방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친러 세력을 이용하려는 정책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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