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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위기의 ROTC, 국방 포퓰리즘 없애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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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학군장교(ROTC) 임관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참석은 16년 만이라고 한다. ROTC 후보생 지원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초급 장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국방부가 ROTC 후보생들을 위한 각종 처우 개선 조치들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복무장려금과 학군생활지원금을 인상하고, 연간 40명인 해외 연수 규모를 160여 명으로 늘린다는 내용 등이었다.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ROTC로 충원되는 우리 군 초급 장교가 전체의 70%다. 2015년 4.8대1이던 ROTC 지원율은 작년 1.8대1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도권에선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문 닫은 학군단도 여럿이다. 작년 육군은 ROTC 후보생을 추가 모집했다. 창군 이래 처음이었다. ROTC를 중도 포기하고 일반 병으로 입대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ROTC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관학교, 육·해·공군 부사관의 인기도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사병 복무 기간을 줄이고 월급을 더 줘 청년 표를 얻겠다는 국방 포퓰리즘에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복무 기간 단축 경쟁이 벌어져 일반 병은 이제 18개월 복무한다. 기초 전술도 익히기 전에 전역한다. ROTC는 28개월 복무다. ‘병사 월급 200만원’ 대선 공약에 따라 2025년엔 장교와 병사의 월급에 차이가 없어진다. 근무 여건은 열악한데 당직 수당은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이다. 누가 장교가 되려 하겠나.

일선 소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초급 간부의 애국심과 자질은 군 전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이고 아무리 우수한 무기도 무용지물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표가 많은 병사들 인기에만 영합하며 초급 장교·부사관의 박탈감을 자극했다. 일각에선 초급 장교도 복무 기간 단축을 거론한다. 포퓰리즘이 만든 문제를 포퓰리즘으로 덮겠다는 안보 자해 행위다. 북한 위협을 받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여야가 국방 정책만은 정치 포퓰리즘의 예외 지대로 두는 데 합의하고 병사 복무 기간 등을 표가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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