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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제 22대 총선

성소수자에겐 진보정당이 없다···“‘보수’와 ‘더 보수’뿐” [총선 기획, 다른 목소리 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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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치부 총선기획-다른 목소리> 이호림 무지개행동 활동가가 27일 서울 마포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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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거대 양당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보수와 더 보수 같다. 적어도 성소수자 인권 의제에 관해서는.”

이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27일 경향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성소수자 인권 의제에 관해서만큼은 어느쪽도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국민의힘에는 “성소수자 권리를 너무 진영 논리로 생각하지 말고 열어두고 봐달라”고 했고, 민주당에는 “좀더 행동해야 되지 않는가”라고 했다.

선거 팸플릿에서 성소수자 공약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국가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여의도에 가닿기를 바라는 ‘다른 목소리’를 들어봤다.

■갈 곳 잃은 성소수자 유권자···희망주지 못하는 거대양당

차별금지법, 혼인평등법 등 성소수자 인권을 나아가게 하는 법안은 거대 양당의 찬성표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163석의 민주당과 113석의 국민의힘 모두 성소수자에겐 희망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성소수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 활동가는 국민의힘을 향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스피커로 나서는 행사를 국회의원실 주최로 국회 안에서 하는 일 정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진영 논리로 생각하지 말고 선입견을 버리고 봐달라”고 했다. 그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혼인평등법 공동발의에 참여한 것을 언급하며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보수적인 정치 지향과 모순되지 않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민주당이 “성소수자 인권 의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의제에 비해서도 굉장히 많이 지체가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과 비슷한 정치 지향을 표방하는 다른 나라의 정당들이 성소수자를 포함해 다양한 소수자 인권 의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정책들을 지지하고 그 정책들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일부 의원들의 소신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당론으로 차별금지법, 혼인평등법 정도는 공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팸플릿 속 성소수자 공약은 언제쯤

이 활동가는 4·10 총선에서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했는지, 적어도 혐오에 가담하지 않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투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는 ‘10대 성소수자 인권 과제’와 관련해서 충분히 의미 있는 답변을 하고, 다른 영역에서의 공약이나 입장들을 봤을 때 제가 지지할 수 있는 정당에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가 속한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인 무지개행동은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10대 성소수자 인권과제’ 질의서를 각 당에 보냈다. 회신 마감일자는 오는 29일까지로, 27일 기준 국민의힘·민주당·개혁신당에서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본인 지역구 예비후보들 중 성소수자 인권 의제에 관해 명확히 지지하는 입장을 가진 후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성소수자와 관련해서 의정활동 기간 중 혹은 과거 활동 중에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지 않았는지, 혹은 혐오 선동에 동조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는지가 선택의 지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공약이 빼곡히 적히는 팸플릿에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만약 있다면 눈여겨볼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이 활동가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다. 많은 성소수자들, 성소수자의 가족·친구·직장동료들, 성소수자의 인권이 증진되길 바라는 시민들,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면 당연히 눈여겨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정치부 총선기획-다른 목소리> 이호림 무지개행동 활동가가 27일 서울 마포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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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국회의원 ‘0’

제21대 국회에는 본인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제1대부터 제20대까지도 그랬다.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에선 2017년 자신을 게이라고 밝힌 리오 바러드커가 총리에 올랐다. 이 활동가는 특히 아시아에 ‘당사자 정치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같은 유교 문화권인 아시아 내에서도 한국의 변화는 더디다.

이 활동가는 “한국 정치 지형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며 “성소수자인 자신을 드러내고 정치 활동을 하는 것, 또 그것을 꿈꾸는 사람이 나타나기에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기성 정당이 성소수자 정치인을 받아들일 준비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것이 정당 활동을 할 때 결코 플러스 요인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단순히 성소수자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이 활동가는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정당 내 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런 일들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우리 안에 성소수자 정치인이 있습니다’라는 건 허울뿐일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 내에서 사회적 다양성을 기르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특정한 정체성·계층·삶의 배경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이 활동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을 마주할 때 당황스럽다고 한다. 당내 이견이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서라는 변명은 이제 흔하다. 그는 “얘기를 나눠봤을 때 다른 국가의 변화나 흐름도 ‘다 알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며 “대만에서 어떻게 동성혼이 법제화되었는지까지 이미 알고 계신 거예요. 그것이 한국도 피할 수 없는 변화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면, 그러면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시잖아요’라는 답답함이 생겼다”고 했다. 이제 “안다”를 넘어서는 “한다”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 활동가는 “요즘 한국 사회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갈등하고, 권력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변화하고 배제하는 경향이 크다고 느낀다”면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졌든 다들 좀 더 나은 사회, 조금 더 행복한 사회에 대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선의가 정치적인 행위에도 반영이 되는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며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의지들이 정치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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