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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대법 “온라인 사기에 계좌 이용당한 판매자, 배상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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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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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거래 과정에서 유출된 계좌번호로 사기 사건에 휘말린 판매자가 돈을 떼인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피해자가 판매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판매자에게 2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1년 말 A씨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굴삭기를 65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사기범은 A씨에게 굴삭기를 사겠다고 접근해 계좌번호와 굴삭기 정보 등을 요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기범은 A씨인 척 굴삭기 구매자를 물색한 뒤, 굴삭기를 사려는 B씨에게 5400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피해자인 B씨는 사기범의 요구대로 A씨 계좌에 5400만원을 송금했다. 사기범은 A씨에게 이 돈을 자신이 보낸 것처럼 행세하며 ‘세금 신고 문제 등을 이유로 5000만원을 다른 계좌로 보내주면 나머지 금액을 이체해 주겠다’고 속인 뒤 돈을 받고 잠적했다.

사기범이 잠적하면서 A씨와 피해자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A씨를 상대로 5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사기범이 가로챈 5000만원은 A씨 책임이 아니라고 보고 400만원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불법행위를 방조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2000만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400만원 이외에 배상 책임은 없다고 결론내렸다. A씨가 불법행위를 예견할 수 없었고 그도 사기범에게 속아 계좌번호 등을 전송해 준 피해자일 뿐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는 매수인으로 알았던 인물의 요청에 따라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한 것일 뿐”이라며 “A씨로선 아직 굴삭기를 인도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이체 행위를 비정상적 거래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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