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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대법 앞에 선 동성커플 “부부 권리 인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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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동성커플 건보 자격 인정’ 판결 1년, 그 후

경향신문

“차별적 제도 없애라” 동성부부인 김용민(왼쪽)·소성욱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확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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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측 상고, 대법서 계류
아직 피부양자 등록 못해

“여전히 불안 속에서 살아가
평등의 문, 대법서 열리길”

21일 오전 11시. 뿌옇게 흐린 서울 도심에 무지개가 떴다. ‘핫핑크’ 색깔 후드티에 무지개 무늬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색 무늬 ‘커플 목도리’를 맨 채 활동가들을 다독이는 두 남성의 얼굴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들은 ‘6년차 부부’ 김용민씨와 소성욱씨다. 동성커플이라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받진 못했지만, 지난해 법원에서 처음으로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21일 소씨 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동성커플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성커플이란 이유로 사실혼 관계의 이성커플과 달리 직장가입자인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건보공단의 처분은 차별 행위라고 본 것이다.

법원이 소씨 부부의 손을 들어준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공단이 항소심 판결에 상고하면서 다시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작년 오늘은 대한민국 법원이 이미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관계를 처음으로 확인해준 날이었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도 동성부부의 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공단이 상고하고 대법원은 1년이 되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면서 “그 결과 저희 부부는 관계를 보호해줄 제도의 부재 속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항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소씨는 여전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지 않고 있다.

자신을 “용민이 남편”이라고 소개하며 입을 뗀 소씨는 “이미 한국 사회에는 저희 부부와 마찬가지로 수없이 많은 동성부부들이 서로를 부양하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대법원은 고등법원에서 힘껏 열어젖힌 ‘평등으로 가는 문’이 다시 닫히지 않도록 활짝 열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씨는 법원뿐 아니라 국회에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전향적인 판결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저희 부부의 불안감이 온전히 해소되긴 어렵다”면서 “판결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에 한정돼 있어 그것만으론 관계를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는 혼인평등법 제정을 통해 평등으로 가는 길에 합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명희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는 “국제사회는 성소수자에 차별적인 제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면서 한국이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두의 결혼’ 소속 지오 활동가도 “많은 성소수자들은 혼인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뿐더러 자라날 때부터 사회에서 어떻게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상상하지 못한다”면서 “법원은 아직 도래하지 못한 평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이 “대법원은 동성부부의 권리를 인정하라” “혼인평등으로 가자”는 구호를 외치는 동안 근처에선 ‘맞불 집회’가 진행됐다.

동성커플의 권리 보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구호가 엇갈리는 와중에 소씨가 발언을 마무리했다. “누구나 사랑함에 있어 평등한 나라가 되기를, 그런 날이 너무 늦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오길 기원합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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