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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용균의 초속11.2㎞] 내가 졸업식 연설에서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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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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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파테노는 미국 대학 풋볼의 전설적 감독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감독 시절, 졸업식 연설을 했다.

“티칭은 2+2=4라는 공통된 지식을 알려주는 일이지만, 코칭은 선수의 인생을 바꾸는 일입니다. 젊은이를 선수로, 선수를 팀 플레이어로, 팀 플레이어를 이기는 팀의 플레이어로 만드는 것이 코치의 일입니다.”

테오 엡스타인은 ‘저주 파괴 단장’으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1918~2004)’를 86년 만에 깨뜨렸고, 시카고 컵스 단장으로 옮긴 뒤 이보다 더 오래된 ‘염소의 저주(1908~2016)’도 108년 만에 깨뜨렸다. 엡스타인은 컵스의 저주를 깨뜨린 이듬해인 2017년 모교인 예일대 졸업식 연사로 나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에 컵스 팬이 몇분 보이네요. 보스턴 팬은 몇명인가요? 양키스 팬도 있나요? 양키스 팬 여러분, 출구는 저기 양쪽과 뒤쪽에 있습니다. 하하. 저는 시카고 컵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컵스 팬들은 ‘사랑스러운 패자’들로 유명하죠. 1908년 이후 우승이 없었습니다. 음, 1908년이면 테디 루스벨트 행정부 때였고, 오스만 제국이 존재하던 때입니다. 그사이 두 차례 세계대전이 있었고요.

20대 초반의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나대면 안 된다’는 야구의 오래되고 암묵적인 규칙 때문이었죠. 조 매든 감독님과 함께 그걸 바꿨습니다. 더 이상 슈트에 넥타이를 매지 말고, ‘핫해 보이고 싶으면, 그걸 입어’라는 구호로 바꿨습니다. 짐을 덜고, 힘을 얻은 우리 젊은 선수들은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7차전 막판 동점을 허용하고 위기가 됐을 때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뭐가 잘못된 건지 반성하는 대신, 함께 모여서 고개를 들고 힘을 모았습니다.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이것입니다. 뭔가 진짜 잘못되고 있다고 느껴질 때 고개를 들고, 함께 모여서, 연결되는 것. 바로 그것이 여러분을 끌어올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스즈키 이치로(51)는 여전히 야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자 고교 선발 야구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전력투구를 했다. 9이닝 동안 116구를 던졌고 9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이치로도 명연설을 남겼다. 졸업식은 아니었지만 그것과 비슷했던, 2019년 시애틀 홈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이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2001년 시애틀에 처음 왔을 때 여러분이 본 인물은 스물일곱에 작고, 비쩍 마르고, 무명인 선수였죠.

야구를 이토록 사랑하고, 존중해주시는 팬 여러분 앞에서 뛸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팀 동료들 그리고 너무나 대단했던 상대팀 선수들, 이들과 함께 야구할 수 있어서 무척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는 더욱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더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 있는 멋진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함께여서 너무 기쁩니다. 이 선수들은 분명히 팀을 우승시킬 수 있을 겁니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심지어 나이 차이가 스무 살도 넘게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그 친구들의 열정이 진짜라고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긴 시즌의 마지막 날이 찾아오면 모든 선수들이 스스로 마음속에 되새겨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는 것이죠. 시즌 막판의 경기들은 시즌 초반의 경기들, 중반의 경기들과 모두 똑같이 중요합니다. 매일매일 우리는 똑같은 열정으로 자기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이 특별한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을 향해 여러분 선수들이 줄 수 있는 아주 위대한 선물입니다.

자, 이제 야구합시다.”

스포츠 명사들이 졸업식, 은퇴식에서 전한 메시지들이다. 인생을 바꾸는 것이 코칭이고, 고개를 들고 어깨를 겯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고, 매일매일 똑같은 열정을 지니는 것이 프로페셔널이라는 메시지. 그리고 모두 젊은 청춘을 향했다.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누군가를 지켜봐야 했던 졸업식은 어땠을까. 혹시 3월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또 누군가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야구를 망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또 걱정.

경향신문

이용균 스포츠부장


이용균 스포츠부장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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