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보이지 않는 ‘냄새’로 그린 한국 초상화···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주인공 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한국관 예술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 이설희 예술감독, 한국관 대표작가 구정아. 이영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옷장 속 나프탈렌 냄새, 밥 짓는 냄새, 온돌 방의 냄새, 공중목욕탕의 냄새, 배기가스와 매연 냄새….

오는 4월 20일 시작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작품은 바로 보이지 않는 ‘냄새’다.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구정아 작가는 지난해 6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한국인 뿐 아니라 한국계 입양인, 한국계 미국인,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에 사는 사람들, 북한 이탈 주민 등으로부터 한국에 대해 기억하는 향과 냄새에 대한 이야기 600편을 수집했다.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추출한 20개의 키워드로 한국관에 설치할 향 16개를 만들었다. 내년 30주년을 맞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한국의 기억과 역사가 담긴 16개의 향으로 채워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는 2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이설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하는 구정아 작가가 참여했다.

시각 예술인 미술에서 형태가 없는 향을 전면으로 내세운 건 파격적이다.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은 “향은 강력한 표현이다.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도 들을 수 없지만 향을 피할 수도 없다. 향은 주변을 감싸고 있어서 숨을 들이킬 때마다 느낄 수밖에 없다. 구정아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향을 주제로 다양한 공간, 경험들을 빚어오고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구정아는 600개의 ‘한국의 향기메모리’를 수집했다. 한국인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탈북자 등을 포함한 것은 “한국의 자화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다뤄야할 도시들이 한반도에 제한돼 있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확대된 국가관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정아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과의 협업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두 예술감독은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향을 매개로 한국의 초상화를 그리며, 개개인의 기억을 나눔으로써 다양한 인류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주제 ‘포리너스 에브리웨어(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와도 맞닿아있다.

경향신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정아 대표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할 대형 조각물인 뫼비우스 고리의 축소된 모형. 나무엔 향이 스며들어 관객들은 향을 체험할 수 있다. 이영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한강의 물비린내’, 덴마크로 입양된 뒤 성인이 되어 1997년 처음 한국을 찾은 입양인이 기억하는 ‘김포국제공항의 냄새’, 북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가 기억하는 1920~30년대 북한의 ‘사과꽃과 햇사과 냄새’…. 사연 속 다양한 ‘향기 메모리’를 통해 시대상을 대표하는 향이 추출됐다. 1960년대엔 자연의 향기를 묘사한 표현들이 많았다면, 1970~80년대엔 오염된 공기, 먼지, 매연 등 산업화 시대를 반영한 부정적 냄새에 대한 기억이 다수를 이뤘다. 1990~2000년대엔 따스하고 정겨운 어린 시절의 따스한 추억을 담은 밥 짓는 냄새, 할머니의 집 향 등이 키워드로 추출됐다.

구정아는 600개 이야기에서 추출한 16가지 키워드를 향으로 표현했다. 향 제작은 논픽션이 맡았다. 한국관은 16개의 향이 주인공으로,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 조각 우스(OUSSS), 바닥에 새긴 무한대 기호, 뫼비우스 띠 형태의 대형 나무조각, 월페인팅 등을 통해 한국의 향과 냄새를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해서 선보인다.

논픽션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이는 16개의 한국의 향을 혼합한 커머셜 향수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오도라마시티’는 향기를 뜻하는 ‘Odor’에 드라마 ‘rama’를 결합한 단어다. 향을 통해 만남과 우연에 집중하며, 공간과 관람자 사이의 에너지 연결을 모티브로 한 이름이다. 실제 전시장에선 16개의 향이 섞이고 충돌하고, 관람객들의 드나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된다. 이설희 감독은 “관객들이 드나듬으로써 향이 미세하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산되고 경계가 없는 향이 가진 특성이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는 4월20일부터 11월24일(프리뷰 4월17일~19일)까지 진행되며, 한국관은 4월17일 오후 4시 공식 개막식을 진행한다. 전시를 위해 수집한 600편의 이야기는 개막식 날 한국관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