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80여개 설계·시공사를 상대로 낸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업체의 반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유역 정비 사업의 1차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사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에 설계보상비로 총 244억원을 지급했다. 설계보상비란 최종 낙찰을 받지 못한 건설사에 이미 들어간 설계비를 발주처가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해당 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고,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부 회사와 임직원은 형사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입찰 담합에 가담해 설계보상비를 챙긴 이들을 상대로 “설계보상비 전액을 연대 또는 공동으로 반환하라”며 2014년 4월 소송을 냈다. 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 무효 사유가 확인되면 보상비를 반환한다는 규정에 따라 반환하라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해 업체들이 244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 일부 청구가 인정되지 않아 반환액이 102억원으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계보상비 반환 관련 규정이 포함된 입찰공고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며 “입찰에서 탈락한 피고들과 입찰을 실시한 원고 사이에 어떠한 계약관계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입찰공고 주체가 (설계보상비 관련 규정을) 정했고 입찰자가 이에 응해 참여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찰공고 주체와 탈락자 사이에는 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표사·시공사·설계사 중 어디까지 설계보상비의 지급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선 대표사와 시공사가 분담하고, 정해진 용역을 이행해 대가를 받는 형태로 계약한 설계사들은 분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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