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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르몽드 “한국 저출생 이유 있다…그 중 하나는 노키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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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배제 ‘노키즈존’

차별·배제의 낙인찍기

경향신문

르몽드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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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력 매체 르몽드가 어린이를 배제하는 영업장인 ‘노키즈존’은 차별과 배제의 낙인찍기라며 한국의 저출생 문제와 연결지어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르몽드는 19일(현지시간) 서울 특파원이 쓴 ‘한국에서는 카페와 레스토랑에 노키즈존이 성행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회가 저출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르몽드는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전국 노키즈존은 542곳,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구글 지도에 표시한 노키즈존도 459곳이라며 일종의 ‘낙인찍기’라고 전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집단 간 배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전했다.

르몽드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은 2010년대 초에 등장했으며 주로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식당 등에서 어린이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업주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2011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힌 10세 아이가 화상을 입자 법원이 식당 주인에게 피해 아동 측에 4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호텔과 음식점에서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2943건이며 매번 관리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 운영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결과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가 68.0%(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란스러운 아동으로 다른 손님과 마찰이 생길까 봐’(35.9%), ‘처음부터 조용한 가게 분위기를 원해서’(35.2%),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부모와 갈등이 생길까 봐’(28.1%) 등의 답변이 나왔다.

서울 시내의 한 일식당 주인은 “전에는 유아용 카시트를 뒀었는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음식을 던지는 등 문제가 너무 많았다”며 “그런 행동은 비싼 값을 내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다른 손님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고 노키즈존으로 전환한 이유를 르몽드에 설명했다.

르몽드는 한국은 2023년 여성 1인당 출산율이 0.72명(프랑스는 1.68명)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노키즈존 운영을 두고 한국 사회가 열띤 논쟁에 빠졌다는 점도 짚었다.

르몽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미성숙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예의를 배운다. 노키즈존은 어린이와 그 가족을 배척하는 사회 문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의 양성희 칼럼니스트가 “술에 취한 사람들은 시끄럽고 무례했지만 우리는 술집에 ‘성인 금지 구역’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썼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노키즈존은 차별이라고 규정했다고도 전했다.

르몽드는 이 같은 의견과 함께 2023년 5월 엠브레인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1.9%가 노키즈존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제주도 의회에서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 했다가 영업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혀 ‘확산 방지’로 표현이 다소 완화된 사례도 인용했다.

법적 책임과 아동 차별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한 일부 식당은 노키즈존 대신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모 출입 금지’를 뜻하는 ‘나쁜 부모 출입 금지’라는 간접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노키즈존 현상은 여러 범주의 인구에 낙인을 찍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라며 이런 입장 제한이 학생이나 고령층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세대 간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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