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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법원 장악 위해 사법농단 몰이… 文이 ‘지침’, 김명수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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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은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의 발단은 2017년 2월 이탄희(현 민주당 의원) 판사가 법원행정처 발령 11일 만에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복귀한 이례적 인사였다.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판사에게 그가 속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 대회를 막으라고 지시했는데 이 판사가 이를 거부하고 사표를 내자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를 꾸렸다. 2017년 4월 “임 전 차장이 아닌 이규진 양형위 상임위원이 이 판사에게 지시했다. 이 판사가 희망해 복귀했으며 보복적 인사 조치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이 판사가 조사 과정에서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조사를 요구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인 2017년 11월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2차 진상조사위’가 만들어졌다. 조사위는 “특정 판사에게 불이익을 준 것은 없다”면서도 “사법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한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결국 ‘3차 진상조사위’가 출범했다. 안철상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조사위는 2018년 5월 25일 조사 보고서에서 “특정 법관들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했다는 점만으로도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 행정처가 관여한 사례는 없어 업무 방해나 직권 남용 등의 범죄는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사흘 만에 조사위 결론을 뒤집었다. 2018년 5월 28일 취재진이 “관련자들을 고발할 것이냐”고 묻자, 김 전 대법원장은 “그런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하자, 김 전 대법원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도 이를 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이 법원행정처를 10시간 압수 수색했고 100명이 넘는 판사들을 소환 조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중앙지검3차장이었다. 당시 수사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 대법원장 출신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고, 같은 해 2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함께 ‘재판 개입’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고위 법관 14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비롯해 법원 내부 인사 자료와 각종 보고서까지 검찰에 내주는 등 적극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자신과 면담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 연루 판사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진 윤종섭 부장판사에게 재판을 맡겼다. 앞서 다른 재판부는 이 사건 1·2심에서 6차례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윤 부장판사는 2021년 3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에게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 원칙을 어겨가며 윤 부장판사를 6년 연속 중앙지법에 근무하며 재판하게 했다.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 이후 실력 있는 판사들은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사직했다. 2021년 1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80명이 넘는 판사들이 사표를 내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사건으로 수사받은 법원행정처 심의관,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상당수가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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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그 빈자리를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대법관 구성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11월 이후 대법관 후보추천위에 일선 법관 총 10명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7명이 인권법, 1명이 우리법, 1명이 젠더법연구회 소속이었다. 작년 7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가운데 7명이 진보 성향이었다.

또 김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실력 있는 판사들이 열심히 재판하려는 의욕을 잃고 재판이 지체되는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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