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국내 법인도 가상자산 투자 환경 조성돼야”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졌듯이 국내 법인도 자유롭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면 여태까지 국내에서 리테일(개인) 위주의 가상자산 투자에 비해 스캠(사기)이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더욱 체계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정석문(사진)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3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의 현물 ETF 거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거래에 대해 '불가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던 금융당국이 대통령실로부터 '특정 방향을 가지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받으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8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금융위원회에 ‘이거를 한다, 안 한다’는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말도록 한 상태”라며 “우리나라 법률 체계를 적절하게 변화시키거나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 있거나, 그러면서 부작용이 없거나 이런 방향이 될 수 있는 것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로서 현물 ETF 거래 가능성이 조금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법인이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해지면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 회복에도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추가적인 고용 창출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적극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센터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따라 명실상부하게 비트코인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석했다. 그는 “법인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기 때문에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다른 알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해선 오는 5월까지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최종 결정일이 5월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SEC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된다면 이 밖에 알트코인 현물 ETF도 연이어 신청서 접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 센터장은 가상자산이 장기적으론 통화자산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봤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인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자산이 화폐로 자리를 잡으려면 가치 저장, 교환 매개, 회계 단위 등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수용되는 과정에 있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화폐(교환 매개)는 두 번째 단계인 만큼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저변이 더욱 확대돼야 화폐가 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며 “이번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의 저변이 획기적으로 넓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으로 급등했다가 현재는 주춤하고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투자할 때 개인 투자자는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할까.

정 센터장은 일단 적은 금액으로 비트코인부터 투자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박 코인’이라는 주위 사람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공부하며 가상자산을 알아가야 한다”며 “가상자산은 절대 계속 올라가는 자산이 아니다. 분명히 단기적인 조정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우상향하는 자산임에는 분명하다”며 “꾸준히 지적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