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이날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지정거주시설에 의무 거주하도록 법원이 ‘거주지 지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가 성범죄자가 학교 등에서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제시카법’을 제정한 것에 빗대 ‘한국형 제시카법’으로 불린다.
법안에 따르면, 고위험 성범죄자가 지정된 거주지를 하루 이상 벗어나려면 보호관찰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주지를 벗어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은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명령하게 된다. 거주지 제한 기간은 전자 발찌 착용 기간 범위 안에서 판사가 결정한다.
한국형 제시카법 적용 대상은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징역형 및 전자 발찌 착용 명령을 받은 사람과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징역형 및 전자 발찌 착용 결정을 받은 사람이다.
이 법안은 조두순, 박병화 등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한 뒤 인구 밀집 지역에 거주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2023년 5대 핵심 추진 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예고했고 입법예고 발표 당시에는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기도 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조두순, 박병화 등 이미 출소한 이들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소한 전과자 중 거주지 제한이 가능한 인원은 325명이다.
법무부는 당초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유치원 등에서 500m 이내에 살 수 없게 하는 거주지 제한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도심과 비도심 간 치안 불균형 문제 등을 고려해 국가 지정 시설에 살게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바꿨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법안을 입법 예고했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후 고위험 성범죄자에게 심리상담과 치료 등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고위험 성범죄자가 거주지 변경을 직접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 법안명도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지정법’으로 수정했다.
다만 출소 후에도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비판도 있는만큼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가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고위험 성범죄자를 기소할 때 검사가 의무적으로 전문의 감정을 실시하고,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할 경우 성 충동 약물 치료 명령을 청구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성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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