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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사설]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담겨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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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한덕수 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은 11년만이다. 사진은 작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이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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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지 않고 한덕수 총리가 대독했다. 2013년 이후 매년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예산안을 설명했는데 11년 만에 불참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각종 현안과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각계 요구가 컸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대통령실 등에선 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밀어붙이며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결례를 범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정연설은 국민에게 나라 살림과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보고하는 자리다. 야당의 야유나 피켓 시위가 싫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만일 야당이 결례를 범한다면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시정연설 내용도 ‘고용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저, 국가 부채 안정 관리’ 등 좋은 경제 수치만 나열했다. 실제 국내 경기는 매우 좋지 않다. 거의 모든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여권에선 원로와 시도지사·중진·영남 의원들까지 나서서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을 건의했다. “국민과 적극 소통하고 늦기 전에 인적 교체 등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 여사 의혹 등을 해명하고 사과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머뭇거리다간 야권의 탄핵 공세가 고조되고 국정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고언들에 귀를 닫은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실은 명씨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으나 무시하고 출국까지 시켰다. 폭언을 한 참모, 음주 운전을 한 참모에 대해서도 주위 고언을 무시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문제들로 총선에서 패한 후엔 많은 사람들이 “국정 스타일을 확 바꿔달라”고 조언했지만 변화는 전혀 없었다. 참모들과 주변 지인들까지 김 여사 문제 조기 해결을 고언했지만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절체절명의 4대 개혁은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권을 장악한 야당을 아예 보지도 않겠다는 식으로 외면하고 국민과 소통할 자리도 피하면서 어떻게 개혁 입법을 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이 위기를 벗어나 국정 개혁을 하려면 주변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의혹과 국정 쇄신에 대해 이달 중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고언들에 대한 대답이 거기에 담겼으면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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