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조의 외설(外說)]
히브리어로는 ‘빵집’
아랍어로는 ‘고기 집’
앙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베들레헴 뜻도 엇갈려
24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탄생 교회(the Church of the Nativity) 전경.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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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크리스마스)이 되면 팔레스타인 지역인 ‘베들레헴’으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립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날을 맞아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베들레헴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깁니다. 베들레헴에는 예수가 태어난 동굴 위에 세웠다는 ‘탄생 교회(Church of the Nativity)’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뉴스레터 ‘외설(外說)’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돌아온 성탄절을 맞아 ‘베들레헴’의 어원과 그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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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베들레헴’이라고 표기하는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모국어인 아랍어로는 ‘베이트 라흐마(بيت لحم)’라고 말하고 씁니다. ‘베이트(beit)’는 ‘집’, ‘라흐마(lahma)’는 ‘고기’라는 뜻입니다. ‘고기 집’이란 의미지요.
베이트 라흐마(beit lahma)를 아랍어에서 영어로 옮기면서 발음이 ‘베이트’는 ‘벧’, ‘라흐마’는 ‘레헴’으로 바뀌면서 ‘베들레헴(Bethlehem)’이 됐습니다.
베들레헴이 세계 최대 종교의 주요 성지인 만큼 뭔가 신성하거나 고상한 뜻이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하신 분이 계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본능, 그리고 실생활과 직결된 ‘먹는 것’에서 왔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이웃인 이스라엘 말인 히브리어로는 베들레헴은 무슨 뜻일까요?
이스라엘 언어인 히브리어로 베들레헴은 빵집이라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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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로 베들레헴은 ‘베트 레헴(בֵּית לֶחֶם)’이라고 말하고 씁니다. ‘베트’는 ‘집’, ‘레헴’은 ‘빵’이란 뜻입니다. 즉, ‘빵집’이란 의미입니다. 히브리어로는 ‘베트레헴’, 아랍어로는 ‘베이트라흐마’로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은 각각 ‘빵집’과 ‘고기 집’으로 다릅니다.
빵 안에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를 낳은 요셉과 마리아 가족 인형이 놓여 있다. 히브리어로 베들레헴이 빵집이란 뜻을 활용한 예술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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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헴’ 그리고 ‘라흐마’ 모두 들어간 자음이 ‘ㄹ’ ‘ㅎ’ ‘ㅁ’으로 같습니다. 모음만 좀 다를 뿐입니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는 아람어,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언어 암하라어와 함께 같은 뿌리의 언어입니다. 셈(sem)어 가족입니다.
가까워서 더 싸우는 것일까요? 히브리어가 모국어인 이스라엘과 아랍어가 모국어인 팔레스타인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앙숙 관계입니다. 같은 셈족으로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 형제, 자매인데요.
이렇게 생판 관계도 없는 나라들보다도 더 지독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두 민족은 말도 잘 통하고 먹는 음식 등 문화가 비슷한데 말이죠. 그러고 보면 가끔 형제, 남매, 사촌 간의 싸움이 남남 간 보다 더 살벌하게 벌어지고, 회복 불가능한 지경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베들레헴은 요르단강 서쪽의 작은 동네다. 이런 작은 동네를 두고 아랍어로는 '고기집', 히브리어로는 '빵집'이라고 의미가 엇갈린다. 이 곳에서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매년 그 탄생일을 기념해 많은 신자들이 베들레헴을 성지순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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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와 유대교는 같은 유일신 종교이고 동일하게 돼지고기도 삼가는 등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이슬람은 기원후 7세기 아라비아 반도의 무함마드를 선지자라고 여기지만, 유대교는 무함마드 등과 같은 기원후 인물은 선지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유대교는 기독교의 예수도 여러 유대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히브리어와 아랍어 어휘 가운데 뜻이 겹치는 단어도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인 ‘샬롬’과 ‘살렘’입니다. 발음이 살짝 다를 뿐 거의 같은데요, 뜻이 ‘평화’로 같습니다.
한국어의 인사말인 ‘안녕하세요’의 ‘안녕’처럼 ‘샬롬’과 ‘살렘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사말에 다 쓰입니다.
‘앗 살렘무 알레이쿰’이라는 아랍어 인사말을 자세히 보시면 ‘살렘’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란 뜻입니다. 히브리어로는 ‘샬롬’이라고 한 단어로 인사합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라는 의미로요.
분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들 사이에서 ‘평화’라는 말만큼은 다르지 않고 의미가 통한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언젠가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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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외설’ 다시 보기
미 코넬대 멀더 교수의 저서 '경제 무기'. /노석조 기자 |
●경제 제재에도 무솔리니는 에티오피아를 침공했다…북한은? [외서 ‘The Economic Weapon’ 독점 해제]
https://www.chosun.com/politics/diplomacy-defense/2023/12/20/CE26NWSHQNBENGKL7233QBJF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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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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