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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머스크 반대 이겨냈다… 베센트, 美 재무 ‘물밑 혈투’ 승자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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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내각 재무 장관에 지명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 스콧 베센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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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싸움(Knife Fight)에서 승리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재무 장관 자리를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 스콧 베센트(62)가 맡게 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미국 월가(街)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센트는 재무 장관 자리를 거의 잃을 뻔했다”고 했다면서 그가 가까스로 신승(辛勝)을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이번 지명이 있기까지 재무 장관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 접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23일 WSJ에 따르면 베센트는 수십 년 동안 트럼프 가족과 알고 지냈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워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트럼프 가족 중에는 금융업에 종사했던 트럼프의 동생인 로버트 트럼프와 가까웠고, 로버트의 전처인 블레인 트럼프와 친구 사이다. 베센트의 정치적 성향이 줄곧 보수에 가까웠던 것은 아니다. 베센트는 2000년 대선 때 뉴욕주 이스트햄튼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기금 모금 행사에 참여해 당시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을 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센트는 2010년대부터 공화당 후보들의 주요 기부자가 됐고 지난 수년 동안 15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냈는데 이 중 30만 달러를 제외한 모든 기부금이 공화당 후보를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베센트는 2016년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베센트는 일부 트럼프의 책사와 월가에서 고루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백악관 국제경제위원장이었던 래리 커들로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자였던 펀드 매니저 존 폴슨 등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센트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인수위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트 최고경영자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재무 장관 인선이 계속 미뤄졌다. 베센트의 측근들은 트럼프 측에 2015년 러트닉이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뉴욕에서 모금행사를 했다는 정보를 제공하며 그의 충성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WSJ은 전했다. 반면 러트닉 측에서는 베센트가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조지 소로스 밑에서 수년간 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센트는 자신의 충성심이 의심받자 15일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관세는 국가 내에서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이자 정부 수입 창출 도구”라면서 “동맹국이 자국 국방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거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등에 관세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옹호했다. 두 사람의 경쟁이 절정에 달한 것은 지난 16일. 베센트와 러트닉이 치고받는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X(옛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러트닉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재무 장관이 되려는 스콧 베센트를 주저 앉히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가 이 글을 올린 직후 베센트가 머스크에게 연락을 하기도 했다. 재무 장관 자리를 둔 혈투가 생각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트럼프의 일부 측근들은 차기 행정부에서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은 현재 상무장관에 임명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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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베센트와 재무 장관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인 트럼프 인수위 공동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트 최고경영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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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의 지명에 대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급진적인 러트닉 보다는 베센트가 상대적으로 온화한 정책으로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베센트는 시장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거시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라고 했다. 베센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3-3-3′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규제 완화와 에너지 생산 증대를 통해 연간 3%의 실질 경제 성장을 이루고, 현재 6%대에 이르는 GDP 대비 재정 적자를 3% 수준으로 내리며, 미국의 일일 석유 생산량을 300만 배럴 늘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태어난 그는 1984년 예일대(정치학)를 졸업한 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아래에서 인턴을 하며 월가에 발을 들여 놓았다. 1991년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소로스펀드에서 일하기 시작해 2011~2015년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내고 2015년 독립해 키스퀘어를 세웠다. 동성애자인 그는 현재 남편인 전(前) 뉴욕시 검사 존 프리먼과 함께 두 자녀와 살고 있다. 그가 상원에서 인준되면 공화당 내각의 첫 성소수자 장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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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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