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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12·12 앞둔 MZ들 ‘서울의 봄’ 관람 열풍…“겪지 않아도 분노는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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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 찾는 등 적극적…관객 700만명 돌파 견인

경향신문

영화 <서울의봄> 개봉 20일째인 11일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를 상징하는 인물의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의봄은 지난 9일 누적 관객 600만을 돌파했다. 2023.12.11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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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11일 오전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했다. 당대를 경험하지 않은 MZ세대 사이에서도 “역사를 기억하겠다”며 흥행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영화 관람 중 얼마나 분노했는지 인증하는 ‘심박수 챌린지’에 참여하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영화 속 인물과 실존 인물을 비교하는 등 ‘적극적 관람’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이주연씨(28)는 영화 관람을 마치고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현 수도방위사령관) 등 영화의 토대가 된 인물들의 이름을 검색해봤다고 했다. “신군부 시절의 역사가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승자와 패자의 삶이 극명하게 갈린 것이 씁쓸했다”며 “강자의 편에 편승하는 것과 신념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나는 과연 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씨처럼 당시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는 인증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1980년 신군부와 공모자’ 등을 주제로 하는 논문을 찾아 읽었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씨(24)는 “영화를 보기 전까진 전두환을 죽기 직전의 늙은 모습으로만 기억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가 과거에 얼마나 악행을 저질렀는지 다시 제대로 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역사를 설명하는 영상이나 다큐멘터리를 추가로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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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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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잘 조명되지 않았던 진압군 측 인사들의 삶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장 전 수경사령관은 12·12 이후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에서 조사받은 뒤 이등병으로 강등돼 강제예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그의 부친은 1980년 숨졌다. 서울대학교 자연대에 수석 입학했던 아들은 1982년 1월 행방불명됐다가 한 달 만에 조부의 무덤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정병주 전 특전사령관의 부관이던 김오랑 중령(1990년 중령 추서)은 반란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전사했고 그의 부인은 충격으로 실명했다. 정 전 사령관은 1988년 행방불명된 뒤 경기도 의정부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는 김미진씨(27)는 “실존 인물들을 익숙히 아는 부모님도 그들의 최후를 알진 못하더라”며 “나쁜 놈들은 끝까지 잘 먹고 잘 살았는데 반란군에 맞선 이들은 힘듦을 감내해야 했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분노하듯, 전두환씨가 우리 세대에 직접 무언가 한 건 없더라도 그에 대한 분노도 전승돼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조차 할아버지의 악행을 증언한 것처럼 전두환에 대한 분노는 사회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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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 누리꾼이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장태완 장군의 묘를 다녀왔다며 대전 현충원 방문기를 공유했다.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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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현충원을 방문했다는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서울의 봄’을 10번 넘게 봤지만 영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태완 장군의 묘가 있는 대전 현충원 방문기를 공유했다.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저자이자 기자인 김종훈씨는 지난 9일 서울 현충원에서 ‘서울의 봄 12·12 특별 현충원 투어’를 진행했다. 이 투어는 반나절 만에 신청자가 100여명이 모였다. 김씨는 “포항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엄마와 영화를 보고 새벽에 서울 현충원 투어에 왔다가 다시 집으로 내려가는 모습도 봤다”면서 “여러 사람들이 피상적으로만 알던 12·12 군사반란을 영화를 계기로 자발적으로 알아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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