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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朝鮮칼럼] 저쪽은 전쟁하는데, 이쪽은 선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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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선거·엑스포 사태

두 참패에서 뭘 배웠는가

새 방통위원장은 또 검사 출신

반도체 명분으로 또 해외 순방…

이재명 대표 숱한 범죄 혐의에도

국민은 대통령·국힘 심판 중

내년 총선에서 진다면

대통령·대한민국 모두 미래 없다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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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와 엑스포 유치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국제정치에서 각각 첫 패배를 겪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사건의 원인이 같다는 사실이다. 정보 판단에 큰 착오가 있었다. 대법원 판결 석 달 만에 김태우 후보를 사면하고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가게 한 건 용산의 결정이었다. 당과 현장에서는 일찍부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통령은 알지 못했다. 대통령 의중이 실리면서 구청장 선거는 대선 판처럼 커졌다. 결과는 17%포인트 차 대패였다.

엑스포 유치전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사우디는 120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공언했고, 그대로 되었다. 한국 정부도 처음에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범정부적 유치전에 나섰다. 96국 정상과 150차례나 만났다. 예산도 5744억원에 달했다. 유치 하루 전까지 각축이라고 했다. 압도적 열세라는 일선의 예측은 무시되거나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119대29라는 터무니없는 성적표를 받고서야 현타가 왔다.

두 사건 모두 구름 위에 성을 쌓았다. 쓸데없이 판을 키우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모두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다. 현장의 소리는 대통령에게 들리지 않았다. 결국 당과 대통령의 무능이 뚜렷이 드러나고, 국가까지 우습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 원인은 두 가지다. 대통령이 인의 장벽에 둘러싸였거나, 대통령이 말을 듣지 않는 거다. 당과 대통령실, 내각에 레드팀이 없다. 당을 용산의 연락 사무소로 만든 것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대통령실과 내각은 유능하지만 순한 양 같은 관료 출신들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도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59분’이란 별명도 있다. 한 시간 회의하면 대통령 혼자 59분간 말한다. 원로들 조언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냐”며 화부터 낸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 앞에 서면 모두 오금이 저린다. 대통령이 웃고 있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대통령이 화내면 누가 진실을 말할 수 있겠나. 돋친 가시는 다 빼고, 듣기 좋은 말, 아름다운 보고만 하게 된다. 강서구청장 선거나 엑스포 유치전이 좋은 사례다.

다행히도 강서구청장 선거 후 윤 대통령은 크게 변했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국정 운영, 국회의 의견 등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엑스포 유치 실패도 ‘자신의 부족’ 때문이라며, 이례적으로 신속히 사과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거의 배우지 못했다. 엑스포 사태에서 똑같은 문제가 판에 찍은 듯 반복되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현실과 먼 상상의 세계에서 산다. 신임 방통위원장에 다시 검사 출신을 지명하다니, 국민의 우려를 무시한 처사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도 납득하기 어렵다. 반도체 동맹을 구축한다지만, 특별한 의제가 있는 게 아니다. “또 해외 순방이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숱한 범죄 혐의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문제가 더 크다고 심판했다. 이 대표는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다. 사법부의 단죄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7일, 당헌 개정을 통해 이 대표는 당권과 공천권을 확고히 장악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의 승리를 자신했다. 과반은 물론 180석도 내다본다. 200석을 넘겨 ‘발목때기’를 분질러야 하고, “심장에서 피를 흘리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한다. 선거에서 이기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나.

저쪽은 복수와 증오의 칼날을 시퍼렇게 갈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우리는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한가한 말인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 대통령의 정치생명도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이게 지금 우리가 처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그런데 그 첫 단추인 인요한 혁신위가 실패했다. 저쪽은 전쟁을 하는데, 이쪽은 선거를 한다. 발만 동동 구르는 국민이 불쌍하지 않은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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