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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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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개봉 두 달이나 남았는데... 영화 ‘듄’ 감독은 왜 벌써 한국에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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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30번째 레터영화 ‘듄: 파트2′ 드니 빌뇌브 감독 내한 얘기입니다. 내년 2월 개봉 예정인데 지난 8일(금)에 기자간담회를 했어요. 아니, 개봉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그 질문이 간담회 때도 나왔습니다. 관객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듄: 파트2′와 정반대였던 최근 영화는 ‘더 마블스’였습니다. 두 영화가 어떻게 달랐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흥행 성적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미리 한번 이러쿵저러쿵 해보실까요.

조선일보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듄: 파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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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첫 레터였던가 말씀드렸죠. 대부분 영화는 개봉 2주 전쯤 시사회를 한다고요. 그런데 안 그런 영화도 있어요. 자신 없는 영화들. 영화사가 봐도 망하겠다 싶은 영화들. 그런 영화들은 개봉 직전에 시사회가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고요. 그 영화가 별로라는 입소문을 개봉일까지 어떻게든 최소화해야되니까요. 가까운 예로 영화 ‘더 마블스’가 있군요. 개봉이 11월8일이었는데, 시사회가 전날인 7일, 그것도 오후 4시30분이었습니다. 시사회 신청 메일을 받는 순간 알았죠. “쯧쯧. 꽝이구나.” 그리고 역시 꽝이었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33번째 작품인 ‘더 마블스’는 역대 MCU 작품 중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매출 1억9700만달러. 제작비 2억2000만달러, 마케팅비 1억달러였으니 손해가 막심하겠군요. 영화쟁이들이 봐도 영 안되겠다 싶은 작품이 예상을 깨고 잘 되긴 어렵습니다. 특히 대작은요.

그럼, 반대로 일찌감치 치고 나서는 영화들은 어떨까요. 네, 짐작하시는 대로 자신있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올 여름 가장 흥행한 영화 ‘밀수’는 개봉 한참 전부터 “그 영화 괜찮다더라”고 입소문이 나 있었어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빌드업이 돼있었던거죠. 그런 기대가 점점 쌓이면서 개봉일에 빵 터지고 (예상대로 괜찮은 영화인 경우) 흥행의 기세가 몰리게 됩니다. 요즘처럼 SNS가 막강한 환경에서는 몰림과 쏠림이 흥행을 크게 좌우하죠.

입소문이 없이도 사전에 관객의 머리 속에 빌드업이 돼있는 영화로는 널리 알려진 IP를 가진 영화, 즉 ‘범죄도시’ 같은 시리즈 영화가 되겠죠. 이 레터를 신청해 읽어보실 정도로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시라면 내년 여름에 ‘범죄도시 4′가 나올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분이 많을 거에요.

즉, 둘 중 하나입니다. 미리 소문을 내서 기대감을 쌓던지, 익숙한 IP를 능력껏 잘 굴리던지.

‘듄: 파트2′는 원래 북미에서 11월 개봉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리우드 파업이 길어지면서 개봉이 내년으로 밀렸어요. 영화는 이미 만들어뒀겠다, 제작사가 봐도 괜찮겠다, 이것 참, 엉덩이가 들썩들썩, 미리 알려주고 싶었던거죠. 간담회 때 “왜 벌써 왔느냐”는 질문에 대한 빌뇌브 감독의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희가 ‘듄: 파트 1′을 선보일 때가 팬데믹이라 개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상황이 반대입니다. 제가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 영화를 빨리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개봉하려고 노력했는데 노조 파업 때문에 지연이 됐습니다. 그래도 ‘듄: 파트2′의 이미지와 듄의 세계를 빨리 공유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여러분께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할 욕구(appetite)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appetite. 빌뇌브 감독이 쓴 이 단어가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을 애타게 하려는 것이죠. 이 ‘욕구'를 잘 자극하는 영화가 승리합니다. 비단 영화뿐일까요. 마케팅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되지 않을까 싶네요.

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3가지 영상을 보여줬고, 도합 10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기자간담회 때 제가 본 영상을 여러분도 (아이맥스 화면으로는 아니지만) 살짝 보실 수 있어요. 기존에 공개된 공식 예고편에 일부 들어있거든요. 아래에 링크를 붙일게요. 영상 1분~1분48초에 주인공이 모래벌레를 타는 모습이 나오는데, 간담회 때 그 장면을 좀 더 길게 보여줬습니다. 주인공 폴이 돌진해 오던 모래벌레에 올라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관을 아이맥스로 보고 나니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들썩거려지는 감독의 심정이 이해가 되더군요.

물론 일부 장관만으로 영화관을 찾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듄'은 원작의 세계관이 확고하고, 고정 팬들이 있어서 팬데믹 때 개봉한 ‘파트 1′보다 ‘파트 2′ 성적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빌뇌브 감독이 “주인공 폴과 챠니의 러브스토리가 강조될 것”이라고 하던데, 공개된 영상에서 들어본 둘의 대화는 “난 챠니가 좋아”(폴) “너가 좋으면 나도 그래”(챠니) 였습니다. (아... 러브스토리는 크게 기대 하지 않는 걸로.)

간담회에서 빌뇌브 감독이 했던 말 중 제게 가장 기억된 말은 아래 문장입니다. 오늘 레터 소재로 택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가 영화제작자로서 오래 전부터 생각한 건,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 홍보하러 왔습니다. 저는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거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동료들과 제가 이 영화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파트 1′에 비해 ‘파트 2′를 더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팀원들은 영혼을 담아서 이 영화를 믿고 좋아합니다. 꼭 여러분께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으면 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드니 빌뇌브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고 공인 받는 사람도 저렇게 생각하는데,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일한다는 것은 결국 끊임없는 자기증명의 과정이 아닐까요. ‘듄' 같은 대작을 만들고도 행여나 관객의 외면을 받을까 노심초사해서 서둘러 알리러 다니는 마음. 산전수전 겪어본 대중예술인의 냉철한 판단이 엿보이죠. 철저한 자기객관화야말로 대가를 더욱 대가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 독자의 애정도 마찬가지겠죠. 저도 끊임없이 고민해서 기사도 쓰고 레터도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주 목요일(14일)자 레터는 백수진 기자가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어떤 주제가 될 지 기대해주세요. 아래는 위에 말씀드린 ‘듄: 파트2′ 공식 예고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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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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