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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명왕성 퇴출과 직류의 재발견…앱처럼 연구도 ‘수시 업데이트’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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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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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해야 할 수행평가를 준비한다며 집에서 과학 교과서를 펼쳐 놓고 있었다. 요즘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궁금해 교과서를 잠깐 살펴보았더니 태양계 행성들의 특징이 서술돼 있었다.

이공계열을 선택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미지의 우주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아들 옆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접속해 우주 탐사선이 찍은 태양계 행성들의 최근 사진을 검색해 본 것이다.

태양계 행성 중 표면 탐사가 가장 많이 이뤄졌으며, 물의 흔적으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계속 논의되고 있는 화성, 지구가 들어가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큰 소용돌이인 ‘대적반’을 가진 목성, 아름다운 고리로 유명한 토성 등이 필자가 학창 시절 봤던 것보다 훨씬 선명해진 사진 속에 들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돋우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그런데 필자가 태양계에 대해 배웠을 때와는 크게 달라진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입에 붙어 있을 만큼 열심히 외웠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식의 태양계 내 행성 구성이었다. 그때와는 달리 명왕성에 대한 내용이 행성 설명에서 빠져 있었다.

이는 2006년 개최된 국제천문연맹(IAU) 제26차 총회에서 행성에 대한 정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명왕성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행성 지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명왕성은 1930년 행성 목록에 포함된 지 약 80년 만에 세레스, 에리스와 함께 행성과 소행성의 중간적 지위인 ‘왜소행성’으로 새로 분류된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전보다 새롭고 정확해진 자료를 기반으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상황’은 에너지 분야에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석유의 매장량이다.

필자가 정책 연구를 시작한 15년 전쯤에도 석유는 5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5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는 당시보다 정확해진 탐사 기술로 인해 유전이 추가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셰일오일 등 새로운 형태의 석유 추출 기술도 개발됐기 때문이다.

전력 계통에서 송전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발전용수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해안가 지역에서 전기를 대량 생산하고 교류 형태로 장거리 송전을 하는 것이 100년 넘게 대세였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등 직류 형태 발전원의 유입 증가와 함께 장거리 송전에 필요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한 직류 형태 송·배전이 전기 모빌리티 등 직류를 필요로 하는 미래 산업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 세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특정 분야의 발전 동향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최신 정보가 충분히 ‘업데이트’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해당 분야 학회나 포럼 참석은 나홀로 연구를 지양하기 위한 연구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휴대전화, 그리고 휴대전화 속 애플리케이션은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이를 미루거나 무시하면 최신 버전에 들어간 향상된 기능이나 정보를 사용하기 어렵다. 연구자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학습은 과학기술의 선봉 역할을 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자 의무일 것이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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