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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푸틴 "러시아는 협력 준비 돼있어…한국 정부 결정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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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러시아의 적극적인 대외적 활동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과 관계가 힘든 시기지만 이전과 같은 협력적 관계로 되돌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4일(이하 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이도훈 신임 주한러시아 대사를 비롯해 외국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과 관계에 대해 "러시아는 건설적인 길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지만 최종 결정은 한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알다시피 러시아와 한국 관계는 불행하게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양국 관계를 우리 국가와 국민들에게 유익한 협력의 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결정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러 관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화돼왔다. 한국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불편한 기류가 만들어졌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랭해졌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9월 13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아무르 주에 위치한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위성 개발 기술을 지원할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자 양국 관계는 더욱 껄끄러워졌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외교 정책을 언급하며 한국과 관계 개선에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실제 양국 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미중, 중일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프레시안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크렘린궁에서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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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내년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대외적 활동에 뛰어들 것임을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외교 활동에 나설 자신감을 얻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향후 세계 질서에 대해 "세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격동의 상태에 있다"며 "주요 경향은 이전에 있었던 단극 체제가 새롭고 더 공정한 다극 세계 질서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스웨덴 등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관계가 나빠졌던 국가들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는 우선 스웨덴과 관계에서 "정치적 접촉, 무역 및 경제 협력, 문화 및 인도적 관계가 축소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스웨덴이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각 국가는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한다"면서도 "스웨덴이 군사 협력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200년 동안의 정책을 버린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책은 (그동안) 스웨덴 측에 명백한 이익을 가져다 줬고 북유럽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현재 양국 관계 상황은 국가나 지역, 유럽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악화됐던 독일과 관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현재의 얼어붙은 관계는 우리가 주도한 것이 아니고 독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은 수십 년 간 실용적으로 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 대한 테러 공격과 관련해 이 협력이 훼손됐다"며 "러시아는 평등, 상호 이익, 그에 대한 존중의 원칙 위에서 양국 관계 구축을 지지한다. 그러한 관계는 두 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호주와 관계에 대해서도 "양국 간 접촉은 모든 분야에서 중단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폐쇄적인 블록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호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러시아와 호주는 동맹국이었다"고 말해 관계 복원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중동의 쿠웨이트와 관계에 대해서도 주요 양자 관계로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쿠웨이트와의 관계는 건설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쿠웨이트와의 에너지 협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푸틴 대통령은 영국과 관계에 대해 "영국과 러시아 간 상황은 잘 알려져 있다. 두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상황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유럽의 슬로베니아, 그리스, 룩셈부르크 등과도 향후 상호 이익과 협력이 되는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불공정한 경쟁, 일방적 제재, 정치적 동기에 의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국제 경제 관계의 공정한 체계를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독립적이고 일관적이며 원칙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해 왔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들과 예외 없이 건설적인 동반자 관계를 가져가기 위해 열려 있고 대립을 차단하고 있지만 유엔 헌장에 반하는 어떤 조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협의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언급하며 "오는 2024년 러시아는 여러 중요한 대외정책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확대된 브릭스(BRICS) 회의를 가장 먼저 주재했고, 새로운 회원국들이 이 기구의 실무 체제에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국제적 의제에 대한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역할을 강화하고, 브릭스의 틀 안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며 경제·금융·기타 분야에서의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 재편을 시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내년 10월 카잔에서 열릴 브릭스 정상회의 개최를 보다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회의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유라시아 경제연합 내 통합 프로세스도 적극 개발하고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틀 안에서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며 "인도·파키스탄·이란이 포함된 이후 유라시아의 제도적 틀이 된 상하이협력기구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해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한 협력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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