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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엑스포 박빙이라더니, 이게 뭐냐”···초라한 성적표에 시민들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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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 정부 취약한 외교·정보력 지적

“이탈리아 일찌감치 백기, 우린 ‘근자감’”

“잼버리 망신 샀는데 표 주겠나” 꼬집어

최종 PT 영상엔 ‘부산 특화 메시지’ 없이

싸이 ‘강남스타일’ 등 K팝 스타만 줄줄이

경향신문

부산 동구 부산역(고속철도)에서 29일 오전 9시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를 알리는 뉴스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부산은 29일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지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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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것처럼 말해서 되는지 알았지…. 그냥 실망스러울 뿐이지 뭐.”

29일 오전 7시30분쯤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홍근씨(55)는 휴대전화로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실패 뉴스를 읽으며 이렇게 말했다. 출근버스를 기다리던 그는 “사우디와 경쟁이 박빙이다. 막판 역전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까지 보고 잠이 들었다”며 “아침에 일어나니 30표도 못 받았다더라. 허탈함을 넘어 실망감이 든다”고 했다.

부산은 이날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했다. 119표를 쓸어 담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투표 전 정부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2차 결선 투표에서 리야드에 역전을 자신했으나 1차 투표 ‘허들’ 조차 넘지 못했다.

서면시장 내 과일상을 운영하는 김모씨(60)도 TV방송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엑스포 유치가 되면 그나마 나아질 거라 기대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성훈씨(51)는 개최지 발표 직후 실망감이 가득했던 순간을 전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 현지 상황을 전하는 뉴스를 안주삼아 시끌벅적하게 술잔을 기울였던 손님들이 엑스포 유치 실패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고, 손님들이 하나 둘씩 ‘잠이나 일찍 잘 걸’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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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부산역(고속철도)에서 29일 오전 9시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기원하는 전광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부산은 29일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지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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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부산역에서 만난 많은 시민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역 곳곳에 설치된 TV에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 뉴스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다. 서울 출장길에 오르던 박정권씨(46)는 “애초에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엑스포가 개최되는데 다음 개최지도 아시아권 국가에서 개최될 확률 자체가 낮았던 것 같다”며 “1년이나 늦게 유치에 뛰어들고는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외교력과 정보력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이탈리아 로마가 사우디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백기를 든데 반해 한국 정부는 객관적 상황을 파악하는 대신 근거 없는 기대감만 높였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는 개최지를 결정하는 BIE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모씨(50대)는 “이탈리아 총리가 BIE 불참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이미 승부가 나 있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그런데도 (정부는)박빙이라더니 이게 뭐냐. 솔직히 망신스럽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8월 국제 대회인 세계잼버리 대회에서의 부실한 행사 준비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등도 엑스포 유치 실패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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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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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는 김성훈씨(38)는 “외신들도 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게 바로 몇 달 전 아니냐”며 “어느 국가가 우리나라에 표를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김모씨(30대)는 “대한민국 수도 한가운데서 압사라는 어이없는 사고로 159명이 사망했다”며 “경쟁국에서 이런 약점을 강조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만약 엑스포를 유치했으면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됐을 것’ ‘세금을 어디에 쓴 거냐’ 등의 날선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최종 프리젠테이션 영상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전세계 관심이 쏠린 국제무대에서 10여년 전 노래인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온데다 부산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도 담기지 않은 채 K-팝 스타들만 줄줄이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부산시민들은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부산을 살리기 위한 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권씨(37)는 “엑스포 개최지 선정 결과에 상관없이 가덕도 신공항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해 2040년에는 부산에서 엑스포가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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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29일 오전 7시30분쯤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이날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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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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