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한소망교회 류영모 담임목사
후임 최봉규 목사와 대담 영상 제작
한소망교회 류영모(왼쪽) 담임목사와 후임 최봉규 목사. 내년 말 은퇴 예정인 류 목사는 최 목사와 토크쇼 형식으로 목회 리더십 승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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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회밥’ 먹은 지 50년, 목사 된 지도 35년 됐지만 안식년을 못 가져봤어요. 최 목사님은 그러지 마세요.” “야구 선수는 3할만 치면 훌륭한 타자지만 목사의 설교는 매번 홈런을 쳐야 합니다. 아름다운 부담감이지요.”
은퇴를 1년여 앞둔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후임 목사와 ‘리더십 승계’를 주제로 대담하고 이를 유튜브에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 파주 한소망교회 류영모(69) 목사와 후임 최봉규(52) 목사. 지난 3월 최 목사가 후임으로 결정된 후 두 목사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동영상을 15편 올렸다. 최 목사가 묻고 류 목사가 답하는 토크쇼 형식.
이 동영상이 화제가 된 것은 국내 개신교계에는 유례가 없는 ‘실험’이기 때문. 대부분 교회에선 후임자가 정해지면 주일 예배 설교를 일정 부분 나눠 맡기는 해도 교회 목회에 대한 인수인계는 전·후임자 사이에 개인적으로 이뤄지곤 했다. 이에 비해 한소망교회의 유튜브는 음식점으로 비유하면 ‘비밀 조리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셈.
‘2~3분 안에 청중이 집중하지 못하면 실패한 설교’ ‘단에 올라설 때에는 링에 올라가는 챔피언처럼 영적·정신적·육체적·관계적으로 모든 컨디션을 최고로 만들어서 올라야 한다’ ‘설교 때 명품 유머와 명품 예화(例話)는 반드시 준비하라. 웃을 때 영혼이 열리고, 울 때 영혼이 치유된다’ ‘목장(牧場·소그룹)에선 혼자 너무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3분 법칙 약속’ ‘사생활의 비밀은 기도라는 명목으로도 절대 목장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등은 류 목사가 35년 목회에서 체득한 값진 경험.
동영상 제작은 류 목사가 제안했다. 그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보면서 충격 받았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의사 스승은 제자를 혹독하게 훈련합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니까요. 그런데 영혼을 책임지는 교회는 어떤가요? 건강하던 교회가 리더십 교체 후 혼란과 분열을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후임자 뽑고 이취임 예배 마친다고 저절로 리더십이 승계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와 후임자, 성도님들이 하나 되는 성경적 리더십 승계 모델을 만들기 위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의 동영상을 계획했어요.”
한소망교회는 32년 전 류 목사가 맨손으로 개척해 현재 등록 교인 1만6000명의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류 목사는 벽돌 한 장, 어린이 한 명, 프로그램 하나하나까지 모든 사연을 알고 있는 설립자. 교인들 역시 류 목사와 한 몸처럼 단단하다. 후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류 목사는 “친아들보다 더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살아왔다. (은퇴 후에는) 이렇게 살겠다’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교회와 사회 앞에 발가벗고 배수진을 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공개는 류 목사가 교단(예장통합) 총회장과 개신교 연합 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 회장을 지내면서 교회의 공적(公的) 책임과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한교총 대표 회장 시절인 2022년 울진 산불 이재민을 위해 집 54채를 지어 기증하기도 했다. 30여 회원 교단이 정성을 모으는 과정을 솔선수범해 개신교계에서 드문 성과를 이뤘다.
류 목사는 내년 12월까지 승계 계획을 4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I(류 목사) do, you(최 목사) see’ ‘I do, you help’ ‘You do, I help’ ‘You do, I see’의 4단계, 즉 ‘내가 하고 당신이 보고, 내가 하고 당신이 돕고, 당신이 하고 내가 돕고, 당신이 하고 내가 보는’ 단계다. 후임자에게 결정권을 차근차근 넘기는 연착륙 방식이다. 후임 최 목사는 “한소망교회에서 과거 2년간 부목사 생활을 하면서 따뜻하고 성숙한 모습에 감명받았었다”며 “순종하고 기쁜 마음으로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류 목사는 동영상에서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본질과 사명은 이어지지만 한소망교회 성도님을 섬기고 목회하는 데서는 철저히 은퇴할 계획”이라며 “은퇴 후에는 2016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출범한 ‘나부터’ 캠페인을 통해 개신교계의 솔선수범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두 목사는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리더십 승계 과정 공개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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