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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교장 갑질 피해 교사 “교육청 엉터리 조사에 2차 피해” 재조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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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관 “엄정히 감사중”

조선일보

경남 양산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A교사가 13일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교육청의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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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두 달 만에 교장으로부터 외모 비하 등 인격모독에 시달렸다고 호소한 경남 양산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육 당국의 감사에 불만을 드러내고 전면 재조사 등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3일 최근 학교장의 갑질 피해 등을 호소했던 피해 교사 A(20대)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와 함께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교장 관점에서 진행된 면담과 진술서 확인 등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남교육청은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재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9월 1일 자로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신임 교사로, 지난달 31일 초등학교 교사들이 가입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동안 교내에서 겪은 일들을 적어 올렸다. 그는 학교장 B씨가 신규 임용 첫날부터 “나는 수수한 차림도 싫고 어려보이는 것도 싫으니 빚이라도 져서 백화점에서 옷을 사입어라”고 하거나,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B교장이 A 교사와 자기 경력을 칠판에 써 비교하고 학생들 앞에서 “A 교사의 경력이 짧아 너희들이 고생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을 겪은 A씨는 유서를 작성하는 등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고,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6일 감사에 착수했다. 도교육청은 닷새 동안 이 학교 전교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A교사와는 두 차례에 걸쳐 면담을 시행했다.

A교사는 “조사를 받으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을 다시 떠올려야 했지만, 피해 사실을 알려 하루빨리 보호조치를 받고자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며 “하지만 최종 진술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성희롱과 관련한 대부분의 내용이 최종 진술서에 생략되거나 누락됐다고 한다. 이를 항의하자 ‘다시 서면으로 추가 제출하라’는 식의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전 협의 없이 B교장이 교실을 찾아오는 등 교육 활동을 침해한 부분과 관련해 A교사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당시 수업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감사관) 사실 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B교장이 학생들을 상대로 A교사와 외모 비교 등을 하고 이를 수첩에 기록하는 등의 행동과 관련해서도 “조사에서 이야기했는데 확인서에서는 모두 삭제됐는 등 진술 내용이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A교사는 “모든 조사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직면하고 감당하겠다”며 “부디 교육청에서 의무와 직무를 준수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모든 사안을 다시 조사해달라”고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교육청은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사안에 대해 “엄정히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교육청 감사관실은 A교사의 주장과 관련해 “기존 갑질 사안에 포함됐는 내용이 성희롱 사안으로 재신고돼 접수된 신고 건을 갑질 사안과 병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학교장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행위자와 피해자 관계, 당시 상황, 전후 맥락을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조사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 외모 비교 발언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학생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A씨 주장에 대해 “학생은 원칙적으로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진술 내용은 진술자의 최종 의견을 반영해 서명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변경·축소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측은 피해 주장 내용은 물론 또 다른 피해 사항을 밝히고자 전수조사 내용 등을 다각도로 분석·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피해교사 즉각 분리’ ‘학교장 직위해제·분리 조치’ ‘담당 조사팀 전원 배제’ ‘피해교사가 호소한 교장 비위행위 집중 전면 재조사’ 등을 촉구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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