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 “내년 의대 모집 중지 비현실적 …대화 말자는 것”
여야의정 협의체, 오늘 3차 회의…‘대화 결렬’ 가능성 모락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날 열린 비대위 1차 회의에서는 비대위원들의 상견례와 함께 비대위 운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2024.11.2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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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는데도 내년도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꼬여가는 모양새다. 강성 전임 회장의 탄핵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비대위 1차 회의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를 촉구했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을 적극 지지한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모집 중단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혼란도 고려해야 하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이미 입학한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배출돼 평생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세종대와 일본 도쿄대 등이 과거 교육 여건을 이유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세종대는 지난 1990년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졌고, 이듬해 신입생 모집 인원을 120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크게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이 사전에 공표한 전형 계획·모집 요강과 다르게 전형을 운영하면 수험생·학부모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대학 역시 소송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입시는 그대로 진행하고 2026학년도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방침인 반면, 의협 비대위는 물러서지 않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신뢰 회복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다만 투쟁 방법에 대해 "거리로 나가는 건 합당하지 않다.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의대생 생각을 반영한 조치로, 선택지는 이뿐"이라며 "단일대오를 형성해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은 좋지만 비현실적이다. 투쟁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다.
22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1.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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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의사회장 A씨는 "공감은 하는데 투쟁이든, 모집 정지든 방법이 있을까 싶다.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강경한 방침에 의사들도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지역의대 신설 등 의사들을 자극하는 소식만 이어져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의대 교수 B씨도 "냉정히 본다면 올해 4500명 뽑는 걸 막기는 어렵고 내년 정원이라도 3000명으로 조정하는 협상이 필요하다. 모집 정지의 경우, 현실성은 없다"고 전했다.
사직 전공의 C씨는 "비대위가 전공의·의대생과 함께 하겠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다. 모집정지가 실현되면 좋겠지만, 과연 될지 모르겠다"며 "투쟁이 너무 늦었다. 그간 서로 분열됐지만 함께 한다면 적어도 의료계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의협 비대위는 정치권, 특히 여당의 주도로 어렵게 결성된 여야의정 협의체 와해에도 나선 모양새다.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 제3차 정기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협의체 참여 의사 단체와 정부 간 의대증원에 대한 입장차가 커 결렬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한의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박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합류한 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겨냥해 "의협 비대위에 의사 전 직역이 모였으니, 협의체에서 나오는 게 어떨지 싶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개혁신당의 허은아 당 대표, 이주영 의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의협 측에선 박형욱 비대위원장과 박단 비대위원(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접견한다. 양측은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온 걸로 알려졌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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