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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시위와 파업

국가교육위 이배용 위원장 “AI시대 인성 더 중요해져… 입시위주 교육서 균형잡기 필요”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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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국가교육위 이배용 위원장

스트레스·울분 쌓인 교실… 갈수록 폭력화

배려 문화 통해 도태되는 학생 끌어줘야

교권회복, 교사 존중없는 현실반성서 시작

2031 대입개편, 사고력 평가 ‘방점’ 동의

초·중·고부터 논·서술형 문제 확대 필요

백년지대계 구상 위해 다양한 현장 찾아

정파 논란? 용광로에 여러 목소리 녹일 것

위원 구성부터 출범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아 ‘바람 잘 날 없던’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지난 9월 말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국교위는 교육과정, 대학입시, 학제개편 등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세우는 대통령 직속 합의체 행정기구로, ‘백년대계’가 되어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 변화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정부와 양당 등에서 위원을 지명하는 구조이다 보니 정파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도 갖고 있다.

세계일보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식 교육보다 ‘인성 함양’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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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위원장인 이배용 위원장 역시 임명 당시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대표적인 보수 역사학자로 꼽히는 그는 박근혜정부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지내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했다는 논란이 나온 바 있다. 이 위원장은 국교위의 정파성 논란에 대해 “위원들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교육을 위해서’라는 대전제로 합의를 이끌 수 있다“며 “여러 의견을 용광로처럼 녹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이 위원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인성’이었다. 이 위원장은 교육은 지식보다 인성 함양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특히 초등학교 때는 지식 습득보다도 뛰어놀며 바른 인성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국교위 출범 1년이 됐다. 어떤 일을 했는지.

“국교위가 있기 전에는 교육부가 모든 것을 다루다 보니 할 일이 많고 교육정책의 일관성,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교위는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발전방안, 교육비전을 제시하는 기구다. 지난 1년간 현장 소통을 통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 의사가 좋은 처방을 내리려면 진단이 있어야 하듯, 교육 문제 진단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 대학 총장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견은 좁히고 같은 의견은 다듬어가면서 공통분모를 만들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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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를 이끌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이 잘 성장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역량이 다소 못 미치는 학생도 도태되지 않게 손을 잡아 주고 마음 따듯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 교육의 덕목이다. 요즘 교육은 성적, 입시 위주인데 이런 지점에서 균형을 잡아 주려 한다. 특히 인공지능(AI)시대에 바람직한 교육, 도덕과 인성 교육에 대해 현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부터 인성을 강조해 왔는데 인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키울 수 있는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교육현장은 거칠고 폭력적인 면이 강해지고 있다. 학생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위주로만 몰고 가면 안 된다. 요즘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놀지 않는다. 어릴 때 뛰어놀아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데 책상에 앉아만 있는 상황은 정서에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 체육으로 스트레스를 풀도록 해야 한다. 이달부터 국교위가 초등학교에 ‘찾아가는 탁구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취지다. 체육 활동을 늘려야 한다.”

―서울 서이초 사건 후 교권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 국교위도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교권 회복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적인 보호장치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교육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 학교 현장에는 교사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교실에서 학생이 자도 깨우지도 못하는 것은 학교가 아니다.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예전엔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라’고 했는데, 이제 그런 분위기가 옅어졌다. 교사는 학생을 사랑으로 대하고 학생은 교사를 존경하고 따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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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2028 대입개편안 시안을 내놨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대입개편안 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원래 한 달에 한 번 하던 회의를 최근 두 번으로 늘리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입시제도는 입장이 다 다르고 고려할 부분이 많아 최선의 제도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교육부는 현실과 미래적인 방향을 잘 접목해서 바람직한 입시제도 시안을 냈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교육부 의견에 대해 수정할 것이 있으면 수정하고 세밀하게 장단점을 검토해서 교육부에 제안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입시제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다음 대입 개편인 ‘2031 대입개편안’에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2031 대입개편안은 국교위 주도로 만들게 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객관식 문제는 평가 정당성이 떨어진다. 객관식은 변별력 때문에 함정 문항을 내게 된다. 자기 생각을 서술하면서 논리를 만들어가도록 해야지 찍어서 맞추게 하면 안 된다. ‘교육을 통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한다’는 평가의 본질적 기능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객관식 수능보다 논·서술형 시험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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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도 학교 내신에서부터 서술형 평가를 늘린다는 입장이다.

“학교는 단순한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벗어나 토론식 교육을 통해 생각하는 힘, 분석하는 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이런 교육방식 변화는 자연스레 평가에 대한 관점 전환도 요구한다.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제시할 수 있도록 초·중·고교 수업과 평가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분석력, 논리력도 키워줘야 창의력도 나오고 문제 해결능력이 생긴다.”

―논·서술형 평가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논·서술형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면 평가 기준을 정교화하고, 교사의 평가 역량을 강화해 평가자 간 편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해 학교 내, 학교 간 평가수준을 일관성 있는 기준으로 맞춰 나가는 작업이 이뤄져야 논·서술형 평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직 교사들과 더 많이 소통해 가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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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는 지난해 2022교육과정 개정 당시 교육부가 낸 심의안을 거의 바꾸지 않아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교위는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점보다는 국가의 정체성과 학생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과정 개정인지 잘 살피겠다는 마음으로 심의·의결에 임했다. 교육부의 행정예고 후 다섯 차례 본회의와 소위원회를 구성해 면밀한 검토를 거쳤고,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대비한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큰 틀에서 교육부 심의본을 유지했다. 학교 현장 혼란이 없도록 개정 교육과정을 적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위원 모두 공감했다.”

―국교위 정파성 논란도 계속 제기된다.

“우리는 경쟁체제로 모인 것이 아니고 국가의 미래 교육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 애초에 시작이 정당 추천이 많고 다양한 위원이 들어오다 보니 서로 가치와 입장이 다르다. 저는 이런 의견들을 가능한 한 용광로처럼 녹여보겠다고 위원들한테 얘기한다. 현안에 대해 의견은 다를 수 있으나 일단 차세대가 어떻게 교육을 통해 미래를 이끌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의견들을 녹여가면서 합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출범 후 1년 지나면서 서로 이해하고 조정해 갈 수 있는 분위기는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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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지원은.

“예산 증액과 인력 확충이다. 국교위는 사회적 공감대에 기반한 교육정책의 안정적 추진, 중장기 교육발전계획 수립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위상과 역할에 비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국교위가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2026∼2035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업무는 교육현장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려면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정책과 제도의 면밀한 진단·분석, 사회 각계와의 소통을 지원할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인력 확충과 예산 증액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1947년 서울 출생 ●서울 이화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학·석사 ●서강대 한국사 박사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이화여대 13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15대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2대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16대 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2022.9∼)

대담=이우승 사회부장, 정리=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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